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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기업 옥죄는 ‘사내하청 리스크’ 개혁해야

사내하청 불법 파견과 관련해 올해 ‘포스코’와 ‘현대자동차’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 대법원은 최근 포스코 사건에 대해 원청이 하청업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산업 현장에선 사내하청에 대한 애매한 사법부 판단이 혼란을 초래했다는 반응이 잇달았다.

행정부와 대법원은 2010년 이래 파견법 위반 여부에 대한 일관성 없는 잣대를 ‘사내하청’을 운영하는 기업에 적용해왔다. 이는 기업의 ‘법무·사법 리스크’를 키우고 기업의 인력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내하청은 생산효율화를 위해 경쟁국들이 폭넓게 활용하는 보편적 생산 방식이다. 그러나 법상의 ‘하청의 활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해 한국의 산업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사내하청 리스크’는 많은 자동차·철강·조선업·화학 등 다양한 제조산업 경영에 치명적이다. 사내하청 소송의 법적 판단 기준인 ‘파견법’은 1998년 외환위기 때 IMF의 요구로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제정 취지와 달리 ‘제조업’을 제외한 대상으로 한정했다. 선의의 입법정책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야기했다.

행정부와 법원은 일관된 법 해석과 판단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기업은 복잡다단한 법 규정에 맞게 사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법적 안정성’은 경영의 초석이다. 그런데 작금의 노동 현장은 어떠한가? 과거엔 적법하다던 ‘사내하청’이 갑자기 실체가 미미한 것이 됐다. 사내하청이 모두 ‘불법 파견’이라는 인식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오명으로 이어졌다.

국내 최대 외투 기업인 ‘한국지엠’은 2013년 특별근로감독 결과, 고용노동부로부터 ‘적법한 하청’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그런데 하급심 법원에서 ‘하도급법’과 ‘파견법’의 판단이 달라지면서 경영 안정성이 흔들렸다. 정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많은 기업도 이처럼 사법 리스크를 떠안았다. 현재 대법원에도 많은 소송이 계류돼 있다. 적법한 사내하청 아래 원청과 하청근로자까지 근로계약관계가 ‘불법 파견’이라는 확대는 부적절하다. 사업장 내 명확한 판단 기준에 따른 관리를 부정하고, 사내하청을 불법 파견으로 몰아간다. 결국 원청이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까지 ‘직접 고용’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한다. 이는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뿐이다.

기업은 사내하청업체와 도급을 통해 생산효율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킨다. 실제 독일·일본·영국·미국 등 선진국은 파견근로를 모든 업무에 허용해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국제 기준에 역행하고 있다. 하청업체 도급이 필요한 현실을 부정하는 법원의 판단이 우려스럽다.

동일·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하청근로자조차 사건별로 고용노동부, 법원, 검찰의 ‘불법 파견’ 판단 기준조차 엇갈리고 있다. 핵심은 기업을 옥죄는 ‘사내하청 리스크’개혁이다. 사내하청 문제는 제조업의 고용증가라는 큰 그림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용노동부는 사법 판단보다 노사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 파견법을 개정해 사내하청과 불법 파견의 구분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해아 한다. 파견 대상 업무의 규제 역시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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