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보여주기식” 비판도
이정식(사진) 고용노동부 장관이 IT업계를 만났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IT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다. 앞서 국회 등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IT업계 종사자들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곧 야근 강요 정책”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 탓에 이번 간담회가 정부에 유리한 의견을 취합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의견수렴’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네이버, 당근마켓, 라인플러스, 비바리퍼블리카, 카카오, 쿠팡 등과 ‘IT기업 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핵심 미래산업인 IT분야에 필요한 근로시간 제도, 임금체계 등 그간 갖고 있었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110대 국정과제’에 ‘스타트업·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 완화’를 포함, 지난달부터 노동계의 참여를 배제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정부의 국정과제에 IT기업이 대다수인 스타트업을 콕 찍어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존 주 52시간제에 대한 이들 IT기업 경영진의 불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최근에서야 52시간제 혜택을 누리기 시작한 중소 IT업체 직원들은 정부의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 시행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앞두고 막판 스퍼트를 하기 위한 비상근무를 뜻하는 ‘크런치모드’가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IT업계 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근로시간 특례조항을 건드리는 것 만으로도 크런치모드는 다시 부활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앞서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대응 토론회’에서 오세윤 화학섬유노조 IT위원회 위원장 겸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IT위원회엔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웹젠, 포스코ICT, LIG 넥스원, SK하이닉스, ASML 코리아 등 80여개 법인 1만2000여명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IT위원회가 IT업계 노동자 18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0.6%가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고 답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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