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실적 위기감 커져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 내 모습.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사면에도 불구하고 삼성 반도체 경영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요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면서, 삼성의 효자 노릇을 해온 반도체 사업이 자칫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의 수요 비트그로스를 8.3%, 공급 비트그로스를 14.1% 수준으로 내다봤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메모리 수요 측면 평균 비트그로스(17.45%)보다도 대폭 감소한 수치다. 비트그로스는 메모리 반도체 용량을 1비트(bit) 단위로 환산한 비트 생산량의 증가율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비트그로스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메모리 반도체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IT 수요 부진으로 인해 내년에는 PC D램 성장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PC용 클라이언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경우 11% 성장으로 소폭 증가에 그쳐 최근 3년 기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PC 제조사들은 상반기에 구입한 SSD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올해 3분기부터 주문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 역시 공급과잉 상태로 내년 상반기 가격 하락이 예상되지만 기업용 SSD 시장의 성장으로 평균가는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공급과잉 우려는 여전하다. 내년도 낸드플래시 수요 비트그로스는 28.9% 수준이지만, 공급 관련 비트그로스는 이보다 높은 32.1%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판매량 감소가 가시화됐다는 분석 역시 제기된다. 지난 6월 전 세계 반도체 판매량이 통계 집계 이후 약 45년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메모리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전례 없는 하락을 보였다”고 밝혔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이 197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6월 반도체 판매가 감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가장 낮은 판매량 증가율은 1985년의 1%로, 이 역시 30년 전이다. IC인사이츠 측은 “3분기와 4분기 판매가 장기 평균 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장 예측치를 수정 중이라고 전했다.
그간 삼성은 메모리 시장 세계 1위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를 키우기 위한 투자를 집행해왔다. 삼성은 2030년께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에 따라 171조원 투자를 현재 집행 중이다. 그러나 그동안 글로벌 경쟁사에 대한 초격차를 유지해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메모리 시장이 침체할 경우 그룹 내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파운드리 투자 역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
업계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특별 사면 이후, 외부 여건에 의해 삼성 반도체 성장세가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시황 악화는 삼성전자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며 “국내 수출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