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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금감면율 획일화·신용회복 관심부족...‘빛 보기엔 부족한’ 사적채무조정

법원의 결정에 따른 공적채무조정과 달리 사적채무조정은 대출취급 금융사를 통해 진행된다. 문제는 이들 금융사들의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원리금 감면을 포함한 채무조정에 역할이 집중되면서 채무자의 신용회복을 위한 관리 및 지원이 미흡한 것도 채무조정 제도의 아쉬운 대목이다.

8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사적 개인채무조정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사적채무조정이 신용회복위원회에 집중되면서 실제 대출을 내줬던 금융사들은 연체위기나 연체자,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실제 수행하는 역할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신복위 채무조정은 다중채무자의 경우 채권자인 금융사의 과반 이상 동의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 더욱이 신복위 수입의 80%가 채권금융기관의 분담수수료로 조달되는 구조여서 채무조정안이 채무자의 개별적인 상황보다는 채권자 중심의 조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신복위 중심의 사적채무조정체계를 금융사 중심으로 전환하고 신복위는 금융사의 사적채무조정을 지원·보완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개별 금융사들이 대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사 대출차입자의 신용을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차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채무조정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되 다중채무의 경우 신복위의 도움을 받는 구조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보고서는 현 일률적인 조정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해진 계산법에 따라 원금감면율 등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구체적인 조정안을 논의하도록 돼 있는 채무조정심의위원회의 기능이 축소돼 있다. 또 상각채권(금융사들이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일반 채권에서 삭제하는 채권)이 돼야 원금감면율이 확대되는 구조여서 연체자나 채무불이행자의 상황이 개별적으로 반영되기도 어렵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채무조정제도는 연체 이후 일정기간이 경과해야만 지원이 가능하고 장기연체자일수록 감면율이 높아지는 구조”라며 “연체기간이 길수록 채무건수나 규모가 확대되기 때문에 신용회복이 더욱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와 같이 가용소득과 재산, 채무금액 등 일부 항목을 토대로 채무를 조정하기보다는 연령, 역량 등을 고려해 미래 소득이나 지출 등을 적극적으로 감안해 채무조정 대상자를 선정하고, 채무자의 개별 상황과 함께 채무의 규모, 종류, 용도 등도 채무조정 설계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더해 채무조정에 따른 신용회복을 위한 관리와 지원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무조정 중인 채무자의 상당수가 대부업 고금리대출을 이용해 생활을 하고 채무조정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채무조정이 끝났지만 다시 대부업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채무조정만 이뤄지고 재무 설계 등에 대한 개선 등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이와 함께 채무조정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채무자의 인식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미래에 신용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면 채무자로선 당연히 높은 채무탕감을 받을 수 있는 공적채무조정을 신청하려는 유인이 크다.

구 선임연구위원은 “신용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사적채무조정이 우선적인 역할을 하고 공적채무조정이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하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신용을 계속 이용해야 한다면 채무조정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사적채무조정을 선택하는 것이 채무자 개인으로서도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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