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3년 연속 온실가스 감축량↓
ESG 정보 공시 의무화 발맞춰
CCUS·공정 효율화·자체 전력 생산 등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서굿 마셜 법원 앞에서 환경 단체인 ‘소멸 반란(Extinction Rebellion)’의 회원들이 미 연방 대법원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포괄적인 온실가스 규제에 제동을 건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SK이노베이션·S-Oil(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지난해 온실가스 약 3800만t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공시 의무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정유업계에서도 선제적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ESG 전담 조직을 신설, 투자를 확대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국내 정유 4사가 각각 최근 발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지속가능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지난해 스코프1~2단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SK이노베이션(배터리·소재 사업 제외) 1091만7104tCO₂eq ▷에쓰오일 약 960만9000tCO₂eq ▷현대오일뱅크 915만9488tCO₂eq ▷GS칼텍스 844만2821tCO₂eq 순이다.
각 사마다 정유제품 및 판매량이 다르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출액으로 나눈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로 보다 정확한 비교를 할 수 있다. 연결 재무제표상 매출액 10억원 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SK이노베이션이 824tCO₂eq으로 가장 많고 GS칼텍스가 244tCO₂eq으로 가장 적었다. 배출량 자체는 에쓰오일이 현대오일뱅크보다 근소하게 많았으나 온실가스배출 집약도는 각각 에쓰오일(350tCO₂eq)이 현대오일뱅크(444tCO₂eq)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줄인 곳은 SK이노베이션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1252만7815tCO₂eq에서 지난해 1121만482tCO₂eq (배터리·소재 사업 포함)으로 감소했다.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2019년 대비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폭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일제히 증가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먼저 파악,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들은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온실가스(GHG) 프로토콜에 따라 스코프1~3으로 온실가스 배출원을 분류하고 있다. 스코프 1은 기업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시설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스코프 2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나 냉난방 등에서 ‘간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가리킨다.
국내 정유사들이 이같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배경에는 전세계적인 ESG 정보 공시 의무화 흐름이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 ESG 공시 기준을 마련하고 있어 이르면 올해 말에 최종 안이 나올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이 2030년 모든 코스피 상장사의 ESG 정보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고 적극적인 감축 계획을 내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경영 실적에 ESG 활동을 종합한 통합보고서를 발간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온실가스(GHG) 프로토콜 기업 표준 자료] |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화학사업에서 2050년까지 스코프 1~2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1243만tCO₂eq) 대비 2025년까지 25% 줄인 937만tCO₂eq, 2030년까지 30% 줄인 611만tCO₂eq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료 전환, 저탄소 원료 도입, 공정 운영 및 설비 최적화를 시행할 예정이며, 탄소 포집·저장 및 활용(CCUS) 기술의 개발을 가속화하고자 한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에쓰오일은 에너지모니터링 시스템(ECOS)을 바탕으로 진단, 개선점들을 찾아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폐열발전사업으로 전력 16.4㎿를 생산해 한전에 판매, 연간 6만1000t 가량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탄소 포집 등을 통해 연간 10만t의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하는 효과를 내고 있으며 2024년까지 감축량을 연간 20만t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산하 CSR위원회를 ESG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지난 1월에는 여수공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모니터링, 감축하기 위한 ‘생산본부 온실가스 감축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내부 프로젝트를 통해 약 130여 건의 에너지 절감 과제를 실행함으로써 연간 약 15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으며, 4만3000tCO2eq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수소 제조 공장 부생가스에 존재하는 탄소 연간 약 10만t을 인근 액체탄산 공장의 원료로 공급·판매함으로써 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와 판매 수익을 동시에 확보했다”며 “추가적으로 액체탄산 기업과 함께 신규 증설 프로젝트를 추진해 2023년 이후 탄소 판매량을 최대 연간 36만t으로 증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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