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시설투자 세액공제 수조원 확대 기대
미-중 간 기술패권경쟁 가속, 국가적 전략 필요
반도체, 빠르면 내달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 |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활동 성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가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반도체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시설투자 세액공제 혜택이 기존의 2.5배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미국이 ‘반도체 및 과학법’ 등을 통해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과의 대결에서 ‘신냉전’이 예고되는 만큼 이에 대한 새로운 전략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무소속 양향자 반도체특위 위원장 등 의원 35명은 패키지 법인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을 지난 4일 국회에 발의했다. 법안은 크게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과 ‘조례특례제한법 개정안’ 두 가지로 구성된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 기간을 2030년으로 연장하고 대기업 세액공제는 6%에서 20%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중견기업은 8%에서 25%로 중소기업은 10%에서 30%로 확대하며 초과분은 5%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 자산을 교육기관에 무상으로 기증하면 자산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고 연구·인력 개발비의 세액공제 부분도 계약학과 운영비 지출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삼성전자 제공] |
기존 시행되는 반도체특별법은 세제 확대 부분이 포함되지 않아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법안이 실질적으로 지원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정을 통해 지원 방안을 현실화하는 것이 요구돼 이같이 추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특위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가 특화 단지 조성 단계부터 지원해 신속한 조성 및 지정이 가능하도록 했고 수도 및 전기 등 기반시설은 예비타당성조사 또는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면제 논의 범위를 확대했다. 인허가 신속처리기한도 현행 30일에서 15일로 단축했다. 반도체 인재양성 사업에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추가하는 등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한 방안도 개정안에 담겼다.
개정안이 반영될 경우 기업들의 세제 지원 혜택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의 경우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20%로 확대하는데, 투자 초과분에 대한 가산 공제율을 포함하면 최대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삼성전자(43조6000억원)와 SK하이닉스(13조4000억원)의 시설투자 금액에 특위가 추진 중인 최대 공제율을 적용하면, 양사 합산 연간 공제 혜택이 14조2000억원으로 기존 10%(공제율 6%에 4% 가산)를 적용한 5조7000억원보다 2.5배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내년 양사의 세액공제 규모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0조~50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보고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의 70% 수준을 감안, 약 5조6000억~7조원 정도 세액공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제도 개선을 통해 기존 시행되는 법안을 보완하고 투자 확대 등을 위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번 개정안이 실제 투자 유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반도체 칩과 과학(CHIPs) 법안(반도체지원법)’도 25% 수준으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공정. [SK하이닉스 제공] |
산업연구원은 최근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번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통과로 2025년 세계 반도체 산업이 구조적인 대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반도체 전략 및 지원정책이 고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미국의 이번 법안이 중국과의 기술패권경쟁 승리를 위해 반도체를 포함한 연관 첨단산업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법은 국가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 역량 제고에 2000억달러(약 260조원) 규모의 연방 재정을 동원한다. 이를 통해 중국을 비롯한 ‘전략적 경쟁국’ 대비 기술경쟁력, 경제력 등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각종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제조역량 강화에는 527억달러(약 69조원)의 예산을 별도로 쓰게 된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중국 등 요주의 국가에 10년 간 시설 신규 투자가 금지된다.
한국도 반도체 특별법을 통해 핵심 전략산업에 대한 보호와 강화에 나섰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한 보완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각국 동향을 주시하고 유연성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신냉전 시대에 대응하는 대외 산업기술 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의 양적 확대 및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미국 및 유럽의 전략적 탈 대만 수요 선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기업들이 반도체 특별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반도체가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빠르면 내달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회의를 열고 신속히 지정이 필요한 산업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기로 했다. 향후 분기 또는 반기별 회의를 통해 추가 지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국가첨단산업으로 지정되면 투자, 연구·개발(R&D), 인력 분야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규제 개선과 핵심 기술·인력 보호 조처도 시행된다. 기반시설 구축 비용 지원, 예비타당성 면제 등도 지원받을 수 있으며 관련학과 정원 확대를 통한 인력 확보, 계약학과 산업체 부담금 및 학생 등록금 일부 지원 등도 이뤄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별법 및 개정안이 대기업 중심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및 대기업들의 생태계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박재근 교수는 “세계적인 대기업과 경쟁하는 소부장 중견·중소기업도 25~30%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중소·중견기업지원시 세액공제범위를 대기업보다 더 넓게 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유웅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은 “세제혜택 등을 받은 만큼 기업은 반도체 생태계 성장을 위해 관과 협업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기업의 낙수효과로 인한 성장이 보여질 수 있도록 선순환 모델과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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