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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몬 미술관의 입장을 환영합니다 [안철우 박사의 호르몬 미술관]

나는 지금 그림 속 풍경과 인물을 보고 있다. 어느 순간 그림 속 인물이 나를 보고 있다. 돌연 내가 그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 나는 그림 속 풍경에 숨어 있는 화가를 본다. 어디선가 그림을 그린 화가도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그림 속 인물과 화가의 호르몬을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습관적으로 그림을 보면서 호르몬을 생각한다. 우리는 호르몬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감으로 소통하고 있다.

나는 미술을 좋아하는 의사이지만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나의 전공은 호르몬이다. 호르몬의 개념은 너무 어렵다. 어떻게 이것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호르몬을 눈에 보이는 미술작품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밤하늘에 명멸하는 수많은 별, 그 별들은 또 별자리를 만들고 별자리는 안드로메다와 같은 또 다른 우주를 이루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지금 여러분을 호르몬의 우주로 안내하려고 설레는 마음으로 미술관 현관 앞에 서 있다.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나는 어쩌면 그림을 통해 내가 받은 느낌을 녹여 호르몬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이것은 매우 주관적인 견해다. 그 느낌조차도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자백하고 선언한다. 어차피 느낌이라는 것은 본질에서 그런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차라리 몽환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호르몬을 내가 좋아하는 그림세계에서 평행이론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어렵고 따분한 호르몬 이야기를 쉬운 언어로 전달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호르몬은 하나의 기능만 강조하고 변형하여 소설적인 허구성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처음부터 나는 정확한 호르몬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내용은 전문 분야에서 치열하게 연구해야 할 몫이다. 나는 위대한 호르몬 박물관의 ‘건강 도슨트’가 되고 싶다.

호르몬은 한 마디로 우리 몸의 생체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이다. 우리 몸은 수많은 신호의 연결을 통해 대사뿐 아니라 감각과 감정을 담아내며 살아간다. 호르몬을 알면 생명 현상에 대한 실마리가 풀린다.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늦춰서 불로장생도 꿈꿀 수 있다. 인간관계를 이해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입장을 포용할 수도 있다.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었어?’ 깨닫는 순간이 오고 새로운 시각으로 인생을 관조할 수도 있다. 호르몬의 세계는 호머의 ‘오디세이’처럼 경이롭다. 호르몬은 일상의 실제적 지배자다. 하지만 그 존재의 소중함을 대부분은 잘 모른다.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에서 에피퍼니(epiphany), 즉 깨달음을 이야기하듯 우리 역시 삶의 또 다른 깨달음을 얻기 위해 무궁한 호르몬의 세계로 들어가야만 한다. 호르몬 미술관이 생로병사의 비밀인 호르몬을 이해하며 건강뿐 아니라 예술과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호르몬이 우리 몸 건강은 물론 마음 건강까지 어떻게 관장하는지 그림과 호르몬의 숨겨진 연결고리를 찾아서 생로병사의 비밀을 밝혀보고자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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