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평가모델 노출 꺼려
“사유 알려야한다” 목소리 높아
“귀하께서 신청하신 금리인하요구권 심사결과 금리인하요구를 수용해 드리기 어려움을 알려드립니다.”
대출 이자 부담이 하루하루 커지면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쓰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시중은행 등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개인이나 기업이 취업·승진 등 신용도 개선 시 대출 이자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당국이 차주들에게 적극적인 활용을 당부하고 나섰지만, 실제 금리인하권 수용은 40%도 되지 않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1분기 4대 시중은행 금리인하권 수용률은 34.7%로 집계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달부터 은행들은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신청·수용건수, 이자감면액) 현황을 매반기 공시토록 했다. 은행,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 등 4개업권은 공통으로 각 협회나 중앙회를 통해 상반기 실적부터 알려야 한다.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공시의 실효성이다. 당장 은행들은 왜 금리인하요구권이 수용되지 않았는지 이유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대출 시 적용되는 금리 수준은 소득, 자산, 부채 변동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용평가모델(CSS) 등급(1~10등급) 결과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 기준이 은행별로 각각 달라서 거절 이유를 밝힐 시 자연스럽게 경영 기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연합] |
복수의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모든 시스템은 신용평가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거절 사유와 수용률을 높일 방안을 알려주라는 건 핵심 모델을 오픈하란 의미”라며 “은행 핵심 부서 외에는 은행 직원들도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데 영업 기밀을 알릴 수 없지 않으냐”고 밝혔다. 실제 금리인하요구권의 불수용 이유를 알려준다는 은행들을 봐도 대부분이 “당행 내부 신용평가 결과가 금리인하로 이어질 만큼 크게 개선되지 않다” 등 원론적인 수준으로만 안내하는 중이다. 단순히 운영실적을 공시하는 것만으로는 수용률을 높이기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금리인하 요구권 안내를 강화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은행이 신용점수가 상승한 차주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하고, 금리인하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사유를 알리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당국 또한 “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수용할 방안을 은행이 알려주고, 또 수용 불가 사유를 알리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수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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