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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티·근무 중 마약 권유 일상화...멀어지는 ‘마약 청정국’
올 상반기 마약사범 5988명 적발
전년 동기 대비 17.2%나 증가
국경 반입 중 적발량도 점차 증가
일선 경찰관 현장 적발 쉽지 않아
전문가 “마약도 위장수사 허용을”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강남 유흥주점 사망사건’관련 마약 유통책인 A씨와 마약 공급 사범,투약자 등 4명이 출석하는 모습. [연합]

#1. 경기 구리시에 거주하는 박모(28·여) 씨는 2020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여는 파티에 초대받아 참석했다가 지인이 파티에서 마약으로 쓰이는 케타민을 건네받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후부터 해당 지인은 물론 파티를 가지 않게 됐다고 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큰일이 날 것 같아 케타민을 받은 지인과 그날 이후 연락을 끊었다”며 “마약 유통책들이 휴대폰을 2개씩 들고 다니며 현금 거래를 하는 모습을 보고 겁이 났다”고 털어놨다.

#2. 역시 2020년 서울 중구 소재 한 루프톱 바에서 근무하던 강모(28·여) 씨 역시 근무 중 자신에게 마약을 권유하던 동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해당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당시 동료였던 30대 초반 남성 A씨가 “담배는 심심하다”며 “법이 인간을 못 따라갈 때가 많다”며 마약을 권유한 것이다. 강씨는 당시 A씨가 자신에게 “내가 운반책이다. 시간 날 때 클럽에 같이 가거나 우리집으로 놀러 오라”는 말을 수차례 한 것으로 회상했다. A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마약에 취해서 업소에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강씨는 얼마 후 해당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과 관련, 마약 성분이 들어간 술을 먹고 사망한 손님에게 마약을 공급한 유통책 4명에게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이번 사건의 주원인인 마약을 제공한 마약사범들을 검거했지만, 강씨와 박씨의 사례처럼 국내에서 마약은 암암리에 유통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이 ‘마약 청정국’으로 불려왔지만, 국내에서 마약을 엄금했던 위상이 점점 옅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2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시민들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과 무색하게 국내 유통되는 마약이 많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모(28) 씨는 “불과 4년 전 강남 일대에서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가 터졌다. 이 사건으로 국내에 마약이 버젓이 유통되는 현실의 일단이 드러났는데,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마약사범 검거는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북구에서는 탈북자 여성이 차도에 뛰어들려고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 조사한 결과 마약 투약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거되는 마약사범과 더불어 적발되는 마약량이 점차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검거한 마약사범은 59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08명)에 비해 17.2% 증가했다. 지난달 26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마약류 밀수 단속 동향’에서도 올해 1~6월 국경 반입 단계에서 적발된 마약 중량은 총 238㎏로, 지난해 같은 기간(214㎏) 대비 11.2% 증가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마약 현장을 적발하는 게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B씨는 “마약 신고를 받고 현장을 들이닥칠 때마다 흰색 가루 등 마약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에 근무했던 경찰관 C씨도 “마약으로 검거된 피의자들이 검찰이나 재판 단계에서 진술 번복 등 딴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검거 과정에서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폭행을 당했다’는 등 강압 수사를 주장해서 수사에 어려운 점으로 다가온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마약 수사도 디지털 위장 수사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경찰이 지난해 9월 24일 개정된 청소년보호법 시행에 따라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 수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마약 정황을 적발하기 위한 위장 수사가 허용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다크웹이나 사이버 공간에서 정황을 포착해 잡을 수 있도록 위장 수사가 가장 필요한 시기”라며 “사이버 공간에서 마약을 공급하려 하거나 사려고 하는 형태의 위장 수사를 통해 마약 정황을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달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3개월간 전국 단위 ‘마약류 유통 및 투약사범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김영철·박혜원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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