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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규의 작살] 경기도의회 결사항전 vs 김동연의 임전무퇴
김동연지사 휴가 미뤄
도민, 추가안 압박해도 교착상태
대국적 정치 실종 지적도
김동연지사(왼쪽)과 국힘 경기도의원 항의(오른쪽)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속 대사중 유행어로까지 쓰이기 시작한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는 빼놓을 수 없는 명대사다. 부산, 마산에서 시위가 펼쳐지고 청와대 참모들이 모인 회의에서 계엄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에 반대하는 김규평(이병헌)이 분노에 찬 일갈을 날리는 장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관객들이 많았다. 김동연 정치가 대국적으로 해야할 때가 왔다.

삼국지에나 나올법한 기막힌 정치가 경기도에서 벌어지고있다. 김동연 지사가 수장으로 있는 경기도는 전국 최대 격전지로 내전이 한창이다. 국민의 힘 경기도의원들은 결사항전(決死抗戰)을 외쳤고, 김동연 지사는 임전무퇴(臨戰無退)로 대치중이다. 도민들만 앞날을 안다. 이들이 대화하고 타협하지않으면 경기도가 파멸한다는 사실이다. 정치의 본질은 협상과 타협이다. 이 협상과 타협이 경기도에서 실종됐다.

경기도의회 국민의 힘과 김동연의 관계는 틀어졌다. 영화 ‘특별시민’에서 곽도현은 이런말을 했다. “관계가 깨져도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프로야”. 프로정치가 실종됐다.정치초짜 김동연 정치가 이 정도 일 줄은 예상조차 못했다.

그토록 지켰던 경제부지사가 임명 하루전 술집투척 사건으로 김동연 임명 1호 인사는 무참히 짓밟혔다. 국민의 힘 경기도의원은 결사항전을 외쳤고, 고소고발사건도 이어졌다. 이들은 김동연 지사를 ‘이중인격자’로 몰 정도다.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는 공식 취임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의원과의 저녁 자리에서 곽 의원 쪽으로 술잔을 던진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당시 접시가 깨지며 파편이 튀기도 했으나 다친 사람은 없었다. 곽 의원은 특수폭행과 특수협박 혐의로 김 부지사를 경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부지사는 사퇴했다.

국민의 힘 경기도 교섭단체는 1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엔 김동연 지사를 비난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초선의원 45명이 김 지사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들도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8월 중으로 임시회를 열자고 촉구했다. 제11대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12~25일 첫 임시회를 열었으나 여야 대치로 의장 선출부터 실패해 소득 없이 회기를 마감했다. 경기도의회는 9월 임시회가 예정돼 있으나 8월에는 개최 일정이 없다. 하지만 지금상태에서 임시회는 불가능해보인다.

김지사는 “민생과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의회가 하루속히 정상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생 안정을 위한 시급한 정책들이 결정되고 추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이런 기대를 외면할 것인가. 추경안 처리 지연 등 도민의 삶을 볼모로 하는 도의회 파행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아직도 직진행이다.

경기도의회도 문제다.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유일하게 1개월 넘게 도의회 의장 등 원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마련한 1조4387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추가안처리가 미뤄지면서 도민들의 불만도 고조됐다. 경기도의원들은 싸움을 멈추고 신속한 추경안 통과를 해야한다고 도의원들을 일갈했다.

앞서 김동연 지사가 경기도지사 선거전을 치룰때 ‘이재명 아바타’라는 별칭이 붙었다. 조직도 세력도 없는 김 지사에겐 이재명 지원은 ‘신의 선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재명은 이재명이고, 김동연은 김동연이다. 마이웨이를 보여준 김동연 정치는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시작 자체가 보이지않는다. 분명 열차는 출발했는데 열차가 보이지 않는다. 김 지사는 예정된 휴가(8월3~5일)를 미뤘다. 휴가를 미룬것은 당연한 일이다. 처칠이 이런말을 했다. 전쟁에서는 오직 한번 죽지만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는다. 어쩌면 지는 것이 이기는 지름길인지도 모른다. 김동연 지사가 좋아하는 정약용도 이런말을 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올바르게 하는 일이며 백성들이 고르게 살도록 하는 일이다” . 이대로라면 경기도 백성들은 고르게 살 수 없다.

이런 파국이 계속된다면 도민들은 경기도 정치를 외면하게된다. 김동연 지사뿐만 아니라 경기도의원들을 잘못 뽑았다고 후회할 것이다. 인간은 원래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이 파국을 막지 못하면 70세가 넘는 나이에 대권행은 물 건너가고, 차기 경기지사 출마마저 흔들릴지도 모른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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