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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핑계로 회식 빠질 생각마”…직장인들 두려움에 ‘아우성’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직장 회식 빠지면 ‘낙인’
나이 어리고 하급자일수록 회식에 부정적 인식
“회식 강요, 명백한 직장갑질…문화 개선해야”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 1. 직장인 박모(32) 씨는 요즘 회식이 무섭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상사는 주 1회 회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회식을 주도하는 상급자는 어차피 출퇴근길에 사람들과 마주치게 돼 있는데 회식 한 번 더 한다고 다를 게 뭐 있느냐는 생각”이라며 “최소한의 위험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찍힐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 2. 직장인 김모(28) 씨는 얼마 전 조카 돌잔치를 앞두고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 회식에 빠지겠다고 했다가 상사로부터 “코로나 핑계로 회식을 빠지려 하냐”는 한소리를 들었다. 김씨는 “혹시라도 감염됐다가 이를 모르고 돌잔치에 가서 옮기고 다니면 무슨 민폐냐”며 “상사는 ‘그리 걱정되면 돌잔치를 가는 날, 신속항원검사를 해보라’고 하는데 왜 내가 그런 수고를 하면서 회식에 참석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치가 더블링을 기록하며 증가하는 가운데 ‘회식’과 관련된 직장인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만큼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회식자리에 빠졌다가는 상사에게 찍힐까 봐 많은 직장인이 코로나19 감염위험을 안고 전전긍긍하며 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25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회식 갑질’ 관련 제보가 거리두기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최근 그런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 퇴사로 협박하거나 임금협상 때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며 “휴무임에도 회식에 불려 나간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을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트렌트모니터’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회식문화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의 회식문화에 더 많은 그리움을 느낀다’고 대답한 20대는 30.4%에 그쳤지만 50대는 41.6%로, 10%포인트 넘게 높았다. 회식을 하지 못했을 때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 대답한 20대와 30대도 각각 25.2%와 23.2%인 반면 40대와 50대는 각각 31.6%, 38.0%였다.

차라리 거리두기가 재개됐으면 한다는 직장인도 있었다. 직장인 정모 씨는 “술을 잘 못하는데 술 강요까지 해 회식이 너무나도 괴롭다”며 “회식자리에서도 계속되는 잔소리에 이제는 회식 이야기만 나와도 우울한데 회식에 빠지면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을 찍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거리두기 당시가 그립다”고 말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회식 강요는 명백한 직장갑질에 해당한다”며 “회식이 생산성 제고나 업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미 증명됐고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직장 상사들도 이런 부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회식 강요를 ‘직장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매뉴얼로 명시하고 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3만588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약 9604명 늘어난 수치다. 누적 1924만7496명이다. 위중증 환자는 144명이다. 누적 사망자는 2만4890명이다. 치명률은 0.13%다.

정부는 공공 분야부터 회식 자제를 시행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민간 기업들도 회식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민간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사내 공지를 통해 회식을 자제하라고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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