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장비 비중은 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이재용(맨 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이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반도체 업계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ASML의 예약 매출(장기적으로 고객사가 장비를 매입하겠다고 약속해 발생한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반도체 수요는 줄고 있으나, 생산능력 향상을 위해 삼성전자,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의 주문이 몰리고 있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SML은 “올해 2분기, 기존 기술(0.33NA)과 차세대 하이 뉴메리컬어퍼처(0.55NA) 기술 관련 극자외선(EUV)과 심자외선(DUV) 장비 예약 매출이 총 85억유로(11조4218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ASML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54억 유로(약 7조2300억원)에 달했으며, 순이익은 36% 늘어난 14억 유로(약 1조8700억원)를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에 총 85억 유로(약 11조4000억원) 어치 주문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그는 최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있지만, 가벼운 침체라면 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여전히 ASML의 최첨단 장비 구매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닝크 CEO는 자사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만드는 데 1억6000만달러(약 2144억원)가 들고 장비 무게만도 180t에 달하며 운송에 3대의 보잉 747기가 필요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비의 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리드타임)이 길다는 점이 주문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급망 제약으로 부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납품이 내년으로 미뤄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분기 매출액에서 EUV 장비 비중은 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분기 수주 잔고는 85억유로(약 11조4200억원)로 이 중 EUV 장비가 54억유로(약 7조2600억원)를 차지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모습[ASML 제공] |
2분기에 판매한 EUV 장비는 12대로, 이는 직전 분기인 올 1분기(3대)보다 크게 늘었다. ASML은 올해 EUV 장비 생산량 목표를 총 55대로 잡은 바 있다. 이어 ASML의 고객사 중 시스템반도체 제조사가 71%, 메모리반도체 제조사가 29%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대만 41%, 한국 33%, 미국과 중국이 각각 1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의 매출 비중은 지난 1분기(29%)보다 소폭 늘었으며 대만의 경우 전 분기(22%)에서 41%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중국 비중은 올해 1분기 34%에서 24%포인트나 줄었다.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장비는 기존에는 7㎚(나노미터·10억분의1m) 이하 초미세공정이 필요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나 필요한 장비였지만, 최근 D램에서도 10나노대 초반의 차세대 제품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D램 제조사들이 앞다퉈 EUV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D램 공정에 EUV를 도입했으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3위인 마이크론도 EUV 도입 목표를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유럽 출장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룰 만난 것도 EUV 장비 공급과 관련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올해 55대, 내년에 60대 이상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생산할 예정이다.
ASML은 올해 3분기 매출을 51억유로(약 6조8500억원)에서 54억유로(7조2570억원)으로 예상했다. 베닝크 CEO는 “특정 소비자 중심 시장 부문에서 수요 둔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자동차, 고성능 컴퓨팅 및 친환경 분야에서 강한 장비 수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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