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작년보다 빨라, 온난화로 여름 기간 확대
코로나19, 주 52시간 제도 도입 등 영향
사전 점검 등으로 AS 수요 분산
[123rf]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산 지 2년 된 에어컨이 며칠 전부터 고장이 나 제조사에 수리를 요청했지만 당분간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다음 달이 돼서야 가능하다기에 사설업체에 수리를 맡겨보려 했지만 부품이 없어 불가능했다. 손님들이 붐비는 곳인데 더위가 손님들을 내보내는 상황이 됐다. 매출에도 타격을 입었지만 기다리는 것 밖엔 방법이 없었다.
예년보다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 AS(애프터서비스)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계절적인 영향으로 일시적인 AS 수요가 폭증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전 업종에서 심화되는 부품 수급난도 AS 지연을 유발하고 있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현상에 가전업계도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어컨 AS 대기 기간은 업체별로 다르나 평균 6~7일, 최대 2주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품별,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무더위가 작년보다 빨리 찾아오면서 AS 수요도 조기에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경우 지난 3일 첫 폭염경보가 내리면서 지난해(7월 19일)보다 16일이나 빨리 폭염이 찾아왔다. 보통 7월말~8월초 발생했던 AS 수요 피크가 이르게 나타난 것은 이같은 영향 때문이라는 업계 분석이다.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높아지며 7~8월 한여름 기간이 6~9월로 확장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만큼 에어컨 사용 시기가 빨라지고 가동 시간도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7월 하순~8월 초순께 피크 상황이 오는데 올해는 7월 초부터 피크가 왔다”며 “코로나로 실내 생활이 많아져 집에 오래 있으니 에어컨 가동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었고 가동하는 시간도 길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책적인 부분도 원인으로 꼽는다. 주 52시간 제도의 시행으로 수리기사의 작업시간과 작업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 시행 이전에도 매년 여름 AS 수요 증가에 따른 지연 현상이 이어져왔기 때문에 정책의 영향이 크진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가전업계는 매년 발생하고 있는 여름철 에어컨 AS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AS 요청의 70~75% 정도가 6~8월에 집중되는데 이를 분산하는 것이 관건이다. 때문에 캠페인 등을 통해 봄, 겨울 등에 에어컨 사전점검을 받고 미리 문제를 해소하는 등 묘수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겨울철 세탁기나 냉장고 등 다른 가전 출장수리를 가면서 에어컨 등을 함께 점검하는 ‘플러스 원 케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LG전자도 사전점검 서비스와 함께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통합상황실도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S 피크 기간 일시적으로 고용을 늘리거나 근로시간을 유연화 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지만 고용경직성이 완화되고 과로 등을 대비하기 위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간 AS 수요가 갑자기 급증하는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며 “사전점검 등을 통해 AS 수요를 분산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