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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드레곤·설현 입는 ‘젠더리스’ Z세대, 쇼핑 매장까지 바꾸다
남녀 性 경계 허문 ‘젠더리스’
나이키, 홍대에 성별없는 매장 첫선
성별보다 자기표현·취향존중 뚜렷
유니섹스와 다른 창의적 발상 지향
루이비통·발렌시아가는 광고 제작
패션이어 마케팅 등 스펙트럼 확장
로우라이즈 팬츠를 입은 가수 설현과 나이키 스타일 홍대점, 그리고 샤넬 옷과 주얼리로 페미닌 무드를 연출한 가수 지드래곤의 모습(위쪽부터). [설현 인스타그램·나이키 제공·지드래곤 인스타그램]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대로변, 3층짜리 매장. 이곳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옷을 따로 구별해 걸어놓지 않았다. 대신 ‘오버사이즈 L’, ‘로우라이즈 M’, ‘루즈핏 S’처럼 서로 다른 옷의 스타일이 콘셉트 별로 나뉘어져 있을 뿐이다.

지난해부터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진 ‘젠더리스 패션’이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더니, 마침내 파격적인 쇼핑 공간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쇼핑 매장 문법을 보기 좋게 깨뜨린 바로 이곳, 나이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젠더 플루이드(Gender-Fluid·성 정체성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 매장이다.

여성이 매니시한 수트를 입거나 남성이 화장을 하고 주얼리를 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다. 가수 설현과 장원영이 통이 큰 남성 팬츠의 허리 라인을 접어서 배를 살짝 드러내는 로우라이즈 패션을 선보이고,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한 주얼리를 착용한 가수 지드래곤(GD)이 ‘페미닌(feminine)’ 무드를 소화해낸다. 배우 브래드 피트는 레드카펫에서 린넨 소재 갈색 스커트를 입고 등장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하는 오늘날 젠더리스 패션은 젠더 뉴트럴, 젠더 플루이드 등 파생 키워드를 만들어내며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히 패션 스타일링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과 발렌시아가는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광고로 제작했고, 구찌는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별도의 무대에 세우지 않고 하나의 무대로 통일했다. 구찌는 온라인 웹사이트에 ‘MX’ 메뉴를 추가해 젠더리스 스타일 패션을 판매 중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강타한 니치향수 브랜드의 양대 산맥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아쿠아 디 콜로니아 무스치오 오로’와 딥디크의 ‘베티베리오 오 드 퍼퓸’은 대표적인 남녀 공용 향수다.

그렇다면 젠더리스는 십수년 전 회자됐던 유니섹스와 어떻게 다른가. 의미로만 보면 유니섹스와 젠더리스 모두 남녀 성별 구분을 짓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지향점이 다르다는 게 패션업계의 설명이다.

유니섹스의 대표적인 패션으로는 청바지, 후드티 등이 꼽힌다.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성별 고정관념은 벗을 수 있지만, 창의적이지는 못하다는 평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디자인, 핏이 단일하기 때문에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는 패션”이라며 “이와 함께 암묵적으로 유니섹스 패션은 여성이 남성의 패션을 따라하는 개념으로 통칭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젠더리스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을 뛰어넘는 태도를 말한다. 예를 들면 젠더리스 패션으로 여성이 남성의 전유물인 넥타이를 메거나, 오버 수트를 입거나, 통이 큰 남성 바지를 입고 허리를 접는 로우라이즈 스타일을 소화해내는 것이 꼽힌다. 블라우스와 트위드 재킷을 입고 주얼리를 하거나 핸드백을 든 남성도 포함된다. 특히 올해는 무릎까지 길게 내려오는 셔츠를 소화하는 남성 패션도 트렌드다.

이렇다 보니 젠더리스를 지향하는 브랜드는 소비자를 대할 때 성별을 아예 배제한다. 자기 표현에 뿌리를 둔 Z세대의 취향과 태도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나이키가 홍대에 전세계 처음으로 낸 젠더 플루이드 매장도 소비자들이 옷을 선택하는데 어떠한 제약도 두지 않는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젠더리스 패션은 여성스러움이나 남성스러움을 떠나, 그저 나 자신을 표현하는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저마다의 해답”이라며 “크고 작은 변화들이 쌓이다 보면 젠더리스를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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