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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스무살 청춘이 악마가 된 이유 ‘밤에는 모든 피가~’외’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희담)=세네갈계 프랑스 작가 다비드 디옵의 2021년 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 전쟁을 둘러싼 잔혹한 광기의 서사가 서늘하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의 젊은이들이 프랑스·독일 전쟁에 투입돼 희생된 세네갈의 슬픈 역사를 그려낸다. 서로를 영혼의 형제처럼 여기는 두 친구, 알파와 마뎀바는 돈을 벌고 출세하고 싶어 프랑스 군대에 ‘초콜릿 군인’으로 입대한다. 제국주의 프랑스는 아프리카계 군인들을 이렇게 부르며 더 야만적으로 싸우길 주문했다. 둘은 매일 죽음과 사투를 벌이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견뎌내던 중 마뎀바가 죽고 만다. 알파는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푸른 눈의 적에 대한 복수심으로 적의 손과 총을 회수해오며 악마적으로 바뀐다. ‘나는 안다, 나는 알고 있다,’‘신의 진실로 말하노니…’가 주술처럼 반복되는 고전적이며 시적인 문장들은 울림이 깊다. 푸릇한 젊은이가 왜 악마로 변해갔는지 작가는 냉혹하게 보여준다. 알파는 참호 속에선 여느 전우와 다름 없이 웃고 노래하지만 참호 밖에선 스스로 야만인이 된다. 퇴각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아 늘 전리품을 챙겨온다. 적의 총 하나, 총을 쥐었던 손 하나. 이는 누가 명령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임에 알파는 일종의 자부심까지 갖는다. 소설 곳곳에는 아프리카 문학적 요소들이 들어있다. 노래의 후렴구 같은 반복되는 어휘들, 뾜족 유목민들과 유목생활, 까탈스런 공주와 왕자에 대한 잔혹동화가 스토리 복선으로 깔려있다. 독특한 형식이 전쟁이야기를 낯선 것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이종필 옮김, 애덤 댄트 그림, 김영사)=칸칸마다 용기로 가득찬 적나라한 냉장고, 일곱 명이 둘러앉은 식탁은 왁자하다. 아기에게 음식을 먹이기 위해 애쓰는 엄마의 표정이 힘들어 보인다. 그 중 한 명은 의자가 뒤로 벌렁 넘어지는 중이다. 바닥엔 깨진 접시와 쏟아진 음식물이 홍건하다. 한 쪽에선 맛있는 빵이 막 오븐에서 구워져 나오고 음식을 만드는 손길이 분주한데 표정은 행복하다. 이 난삽한 그림 속에 과학이 숨어있다. 생생한 그림과 간결· 명쾌한 글로 과학의 거의 모든 법칙과 현상을 담아낸 책은 숨은 그림 찾듯, 혹은 퍼즐 맞추기 식으로 일상 속 과학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각각의 장은 부엌에서 시작해 정원, 광장, 거리, 교외, 대륙, 지구, 태양계, 우주로 확장된다. 저우드 드로잉상을 수상한 애덤 댄트는 마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일상의 한 컷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예를 들어 광장의 그림에는 누군가가 우산 두 개를 펼쳐들고 공중에 떠 있고(뉴턴의 중력 법칙),또 누군가는 날아오는 샴페인 마개에 얼굴을 맞아 뒤로 넘어지며(헨리의 법칙), 멀어지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에 귀를 틀어막거나 긴 지렛대로 차를 힘겹게 들어올리는 사람도 있다. 햄버거를 먹는 사람 근처로 냄새를 맡은 강아지들이 모여들고, 종이비행기가 광장 곳곳을 날아나디는 모습(베르누이 원리)도 포착된다.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핵심 용어 뿐 아니라 지질학, 생태학, 기상학 등 과학 전분야를 아우른다. 과학법칙을 골치아파하는 ‘과포족’들도 생동감 넘치는 13장의 대형 그림에 끌려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왜 생각을 멈출 수 없을까(낸시 콜리어 지음, 정지현 옮김, 현암사)=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담 치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수많은 상담자를 만나온 경험을 토대로 집요하게 마음을 갉아먹는 ‘나쁜 생각’에서 벗어나는 길을 탐색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불안 때문에 미리 걱정하는 데 몰두하느라 일상을 살아가기 힘든 이들, 상대방을 의심하고 부정하느라 생각의 홍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들의 심리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생각 감옥’에서 벗어나는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생각=나'라는 데서 나를 떼어내 생각하는 나를 거리를 두고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매번 똑같은 불안과 불만족스런 이야기를 반복 재생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마음은 그런 반복 재생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려 하지만 문제는 고통과 불안은 해결되지 않고 수시로 불쑥 튀어나와 계속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생각 중독’, 과도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연습법을 제시한다. 첫 단계는 고통스런 기억이나 생각의 고리에 사로잡히면 잠시 멈추고 한 손을 심장에 얹기. 이어 판단하지 말고 호기심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상처받은 기억을 계속 되돌아보고 머릿속으로 되풀이하는 것이 실제로 고통을 덜어주는지, 그렇지 않다면 생각을 그만두어도 된다고 자신에게 허락하기 등이다. 저자는 알아차림과 생각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부정적인 생각과 고통에 대한 집착이 느슨해지고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힘이 단단해진다고 강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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