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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도 부동산 서비스 회사 인수 할 수 있게” 금융규제 확 푼다
금융위, 금산분리 시동 ‘금융규제혁신회의’
“금융도 독자 산업… 금융판 BTS 만들 것”
은행·보험 자회사 소유 완화→플랫폼 기능 강화
가상자산, 자본시장 등 투자시장 규제도 완화

[헤럴드경제=박병국, 김성훈, 박자연, 김광우 기자] 정부가 금산분리 등 금융규제를 대폭 손질하기로 함에 따라 금융사는 은행, 보험 등 기존 자신의 고유 금융업무 영역을 넘어 각종 비금융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이른바 ‘투잡’이 가능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으로서의 성격을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자산은 국내 가상자산 공개(ICO)가 가능해지고, 핀테크도 예금·보험 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모델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보고했다. 앞서 금융위는 6월부터 8개 금융권 협회를 상대로 수요조사를 해 234개 건의사항을 접수했다. 금융위는 이를 토대로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세부과제를 추려 금융규제혁신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어떠한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근본부터 의심해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다”고 말했다. 의장을 맡은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도 “기존 규제개혁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못해 실패했다”라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기준으로 성공 여부를 평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사 ‘투잡’ 가능해진다

주요과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산분리(금융-산업자본의 결합 제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금융-비금융 융합을 촉진하는 것이다. 은행, 보험, 여신금융 등 업권을 막론하고 비금융 자회사에 대한 투자 제한 완화는 숙원 사항이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고, 은행과 보험사는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비금융사의 위험이 금융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지만, 산업 간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블러’ 시대와 맞지 않고,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는 적용되지 않는 차별적 규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규제 완화에) 조심스러운 나라인 일본보다도 금산분리 쪽의 규제 완화가 늦은 측면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속도감 있게 움직이지 않으면 기술이나 산업 변화에 대해 금융사와 빅테크의 대응이 너무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사의 자회사 투자 제한을 완화하고,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가령 A은행은 사용자 환경 및 경험(UI/UX) 회사와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 인수를 희망하고 있지만, 현재 규제에 막혀 있는 것이 앞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은행들은 몇해전부터 비금융사업을 제한적으로 시작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2019년 알뜰폰 리브엠을 출시했고, 신한은행은 배달앱(땡겨요)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정기간만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우회진출이기 때문에 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보험사의 경우 자회사 규제가 풀리면 헬스케어 서비스나 상조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건강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업이나 건강관리 컨설팅 자회사 설립 등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보험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다만 금산분리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김 위원장도 “금산분리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이날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는 빅테크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해 장기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한 전업주의 규제 합리화 측면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중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여 검증하는 한편, 금융회사들이 금융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업무위탁, 실명확인, 보험모집 규제 등의 개선을 통해 외부자원 및 디지털 신기술 활용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은행의 신용평가업무를 상거래 정보 활용이 가능한 플랫폼 업체에 위탁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온라인 예금·보험 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모델이 가능한 유연한 규제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지주사가 은행 고객 정보를 계열사 간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해 금융지주사 통합 앱에서 고객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반영했다.

가상자산도 규제 완화

금융위는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의 책임있는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균형 잡힌 규율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가상자산의 경우 국내 ICO가 허용된다. 기존에는 국내 ICO가 금지돼 해외에서만 ICO가 진행돼 왔다. 또 은행 등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공모펀드 활성화 ▷신탁재산 범위 확대 등 신탁의 운용 자율성 확대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 ▷펀드 판매보수 자율성 확대 ▷대체거래소(ATS) 도입 등을 통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경쟁을 촉진할 방침이다.

핀테크 업계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의 내실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 또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핀테크 업체는 은행의 본질적 업무 위탁 금지로 인해 이 제도를 통해 은행과 협업하고 있다. 일례로 은행의 신용평가업무를 상거래 정보 활용이 가능한 플랫폼에 위탁하는 식이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의 경우 최대 4년(최초 2년 후 2년 연장)까지만 활용이 가능해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업무위탁, 실명확인, 보험모집 규제 등 개선을 통해 외부자원 및 디지털 신기술 활용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paq@heraldcorp.com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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