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코미디 전문’ 김웅래 PD가 쓴 ‘집콕일기’, 팬데믹 시대 잔잔한 유머로 화제
김웅래 PD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베테랑 코미디 PD가 쓴 ‘집콕일기-수상한 시대를 건너는 유머 처방전’(올리브 나무)이라는 책이 화제다.

팬데믹 시대,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부부에게 무료함과 갈등을 촌철살인의 유머와 웃음으로 돌파한 1년의 기록을 책으로 펴낸 것.

저자는 KBS ‘유머1번지’를 연출하는 등 TBC와 KBS에서 코미디 프로듀서로 33년간 재직하고 인덕대학교 방송연예과 교수, 한국코미디타운 촌장를 지낸 김웅래 씨(별명 웅크라테스)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내는) 머리 좋아지는 식품이라며 고등어, 꽁치 등등 생선요리만 해준다.

비린내 싫어하는 나는 ‘여보, 생선은 비싸기만 하고 효과도 없으니 이제 싼 반찬으로 바꿉시다.’

그러자 더욱 더 확신에 찬 아내, ‘봐요, 벌써 전보다 훨씬 똑똑해졌잖아요!’

책에는 이런 글 214개를 모았다. 저자가 매일 아침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이다.

“자기 전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다음날 아침 7시반에 글을 업로드하면 1시간 내에 100여개의 ‘좋아요’가 클릭이 되고 댓글도 달아준다. 1일 평균 ‘좋아요’ 수는 400개 내외다. 글이 올라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단골도 생겼다. 인기 댓글은 책에도 옮겼다.”

신기한 것은 이 100자 내외의 짧은 글에 기승전결이 다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글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을까?

“아내를 유심히 관찰한다. 식당. 부엌, 음식, 요리에 관한 게 많다. 물건을 사거나 사람들간의 대화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저자가 이렇게 함축적인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것은 원래 가진 유연한 사고에다 코미디 PD로서의 일관된 삶을 살아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누구보다 유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또한 대학교수 출신인 그의 아내의 내공도 한몫한다. 언뜻 차갑고 쌀쌀맞아 보이는 여주인공(아내)은 평생 동안 유머를 갈고 다듬어 온 명품 PD에게 조련되어 온 실력 덕분인지 주인공의 의표를 찌르는 또 다른 유머로 반격을 가해 오히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김웅래 PD는 1975년 TBC 방송국에 입사해, 방송 최초의 개그프로그램인 ‘살짜기 웃어예’를 연출했다. 이 코미디는 임성훈, 최미나 등 당시 젊은 개그맨들을 주축으로 새로운 감각으로 제작됐다.

“코미디 연출의 대부라 할 수 있는 고(故) 김경태 PD께서 MBC에서 TBC로 스카웃되어 오실때, 나는 TBC로 입사해 김경태 선배님과 함께 ‘좋았군 좋았어’, ‘고전 유머극장’ 등의 코미디를 제작했다. MBC에는 김경태 PD 밑에서 일하던 후배 고(故) 유수열 PD가 ‘웃으면 복이 와요’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같은 처지인 유수열 PD와 친했다.”

그러다 1980년 언론통폐합때 KBS로 간 김웅래 PD는 ‘유머1번지’ 연출과 ‘쓰리랑 부부’를 탄생시킨 ‘쇼비디오쟈키’와 ‘생방송유머극장’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개그콘서트’ ‘한반도 유머총집합’의 책임 프로듀서를 역임했다.

“당시 개그맨들은 모두 다 오디션으로 뽑았다.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모르는 코미디언이 없다. 코미디언은 크게 연기파와 아이디어파 두 부류다. 전자는 심형래, 임하룡, ‘맹구’ 이창훈, 오재미 등이고, 후자는 전유성, 엄영수, 최양락 등이다.”

‘영원한 현역’ 김웅래 PD는 ‘집콕일기’를 연극으로 올려도 재밌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로 연극으로 꾸미기 좋다는 것. 부엌과 베란다, 거실, 현관 정도의 무대만 있으면 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쓰리랑 부부’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웅래 PD는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정리했다.

“웃음을 만나러 집을 나서고 해학을 모으려 책을 뒤지고 유머를 찾으러 여행을 떠났다. 코미디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 일생을 오직 한길로 달려왔다. 한평생 웃음만이 내 전부였다.”

유머는 모든 규칙을 무력화시키고 적대자조차도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게 하여 친구가 되고 싶게 한다는 김웅래 PD에게 한 수 배운 인터뷰였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