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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파다이~!” 북마리아나-한국 진한 우정 [남국여행⑦]
한국인 위령공원 등 곳곳 새 단장
교민들은 수중 한국인 위령비 청소
코로나 초기 ‘하파다이’ 안부영상 송출
‘한국인 품성이 좋다”,“K팝이 좋다” 한마디씩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북마리아나제도 마나가하 섬에서 비치 발리볼을 하던 10대 소녀 5명은 네트를 넘긴 공이 배구장 멀리 튕겨나가 한국인 아저씨가 줏어주자 미소와 함께 대뜸 “아이 러브 K팝”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섬에서 휴양을 즐기는 한국인들이 말을 걸어오면 늘 명랑한 미소로 화답했다. 아이들 중 세명은 피부색 만 짙을 뿐, 한국 등 동북아시아인의 외모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사이판 월드리조트에서 만난 현지 청년 혼성 보컬단은 한국인들이 사진을 찍자 포즈를 취해준 뒤 한국식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사이판 트롤리 낚시배 선원 알란은 한국인 여성 승객이 자신을 폰카로 찍어 보여주자 수줍어 하더니, 한국인들에게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사이판 상남자 알란이 한국인 여성승객의 폰카 사진을 보면서 수줍어하고 있다.
마리아나제도 주지사 일행이 지난해 모두투어와 상생 협력을 약속한 뒤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요즘 사이판, 티니안, 로타 등 마리아나제도를 여행하면, 남국의 정취는 이국적인데, 편안함은 우리 집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최근 2년 6개월간 부쩍 가까워졌고, 알아가면서, 이곳이 한국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면서 우정이 더욱 짙어졌다.

2020년 2월 한국이 코로나 발생국 2위로 힘겨워할때 사이판, 티니안,로타 등으로 구성된 마리아나제도 랄프 토레스 주지사와 워렌 빌라고메즈 방역책임자, 프리실라 이아코포 관광청장 등 이사회 구성원들은 한국을 방문해 변함없는 협력과 교류를 약속한 바 있다.

KBS 세계테마기행 유튜브 재방송 화면캡쳐.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ARMY’가 된 티니안 한국인 후손.
마나가하섬에서 비치발리볼을 하던 소녀들은 한국인들을 미소로 반겨주었다.

또 마리아나 관광청과 주민들은 한국의 파트너들에게 코로나 극복 의지를 담아 랜선 응원영상을 보내며 우리를 격려하기도 했다.

한국이 세계적인 칭송을 받은 ‘K방역’으로 위기를 이겨내면서 치사율 낮은 방역체계를 구축하자, 그해 5월 인구 5만 8000명의 마리아나 제도가 주민 수 보다 많은 6만개의 한국산 코로나진단 키트를 수입하고, K방역 시스템을 도입해 미국 영토 내에서 가장 안전하고 청정한 지역이라는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는 2020년 12월 한국과의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협정)을 준비하며 입국자 ‘안전 동선’ 안내 등 ‘다중안전체계’를 구축한다.

이런 우정을 바탕으로 2021년 6월 한국과의 첫 트래블버블을 맺자, 프리실라 이아코포 청장은 “여행 재개의 첫 시작으로 한국인 여행객을 가장 먼저 모시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 중 하나인 마리아나 제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월드리조트 로비에서 만난 사이판 현지 청년 보컬그룹 멤버들은 말을 거는 한국인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친근감을 표했다.

마리아나관광청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태평양 전쟁 한국인 희생자 추념비 공원 ▷세계에서 가장 신비한 다이빙 명소 그로토 ▷다크투어리즘의 대표지인 전범들의 자살 절벽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신비한 풍경의 호젓한 물놀이 명소인 포비든 아일랜드 전망대 ▷방탄소년단(BTS)이 다녀온 래더비치·오비안 비치 ▷사이판 최고산 타포차우산 등지 여행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사이판 태평양 전쟁 한국인 희생자 위령공원. 사이판은 트래블버블을 준비하면서 이 공원도 깔끔하게 청소 정비했다.

또, 아쿠아 다이브, 다이브 사이판, 다이브 Y2K, 딥 블루, H2M 사이판, 션 다이브, 프로다이버스사이판, 딥 블루 씨 총 8개의 다이빙 관련 업체로 구성된 북마리아나 한인 다이빙 운영자 모임(NMKDO)의 수중 한국인 위령비 청소에도 현지인 일부가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리아나 제도의 사이판 해저에는 2개의 한국인 수중 위령비가 있다. 한 곳은 마나가하섬과 사이판 섬 사이 리프로, 일제에 의해 끌려온 한국인 징용자 6000여명을 태운 화물선이 침몰해 탑승자 모두 사망한 장소이다. 미군은 남태평양지역 한국인 징용자들을 구분해 보호했고, 사지에서 살아남은 징용자들은 미군을 다양한 방식으로 후원했다.

마리아나제도 해저에 있는 한국인 위령비
마리아나제도 해저에 있는 한국인 위령비

다른 하나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격추된 일본 폭격기 잔해 근처에 세워진 수중 위령비이다. 1996년 세워졌으며 위령비 앞면에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태평양 전쟁시 희생되신 영혼이시여 고이 잠드소서’라는 글귀가, 뒷면에는 문덕수 시인의 추모시 ‘고이 잠드소서’가 새겨져 있다. 영령들을 추모하는 일은 한국교민 뿐 아니라 사이판 현지인들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임해주고 있다.

코로나 초기, 한국에 보내온 북마리아나제도 현지인들의 랜선 안부 영상

트롤리 낚시배를 운영하는 MZ세대 리노와 알란은 “한국인들을 태우면 늘 즐겁다”면서 익살을 부리고 개인기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낚시가 여의치 않자 코로나 이후 낚시꾼들이 늘어나 손님 태운 배의 미끼를 물고기들이 잘 물지 않는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관광분야에 종사하는 20대 저스틴 푼은 “한국인 관광객들은 매너있고, 명랑하며 솔직해서 참 좋아요. 작은 배려에도 감사 표시도 잘 해 주어서 한국인들이 오시면 기분이 좋습니다”면서 “요즘 마리아나제도의 젊은이들이 K팝 같은 한류를 많이 좋아하는데, 한국인들도 사이판, 티니안, 로타를 더욱 사랑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자신이 캐어하는 관광객들의 아침 조깅까지 동행해 안내하고 살피다가 여행객들이 원하는 사진 앵글과 각도, 동선의 변경, 뒤늦게 합류하려는 일행과의 시간 조정 등 온갖 주문을 다 들어준 모두투어 김현국(왼쪽) 가이드. 그는 “요즘 북나리아나제도와 한국이 친해지면서 교민들의 위상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50대 가이드 김현국씨는 “사이판 분들은 한 번 친해지면 형제처럼 대해줍니다. 겸손하고 순박하고요. 모국인 미국 군함이 입항하는 것 조차 허용하지 않아 해상에 머물게 할 정도로 자존심도 강한 분들인데, 최근 2년간 한국을 참으로 좋아하게 됐습니다. 가벼운 한국말 몇 마디는 다들 합니다. 최근 한국분들이 많이 오셔서 우리 교민들의 위상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사이판-티니안-로타, 마리아나제도 탐방기 글 순서 ▶7월19일 ▷휴양 성지 사이판·티니안 여행 뭉클한 이유[남국여행①] ▷방탄소년단(BTS) 사이판 발자취 따라잡기[남국여행②] ▷티니안, 한국 후손들 유쾌하고, 맵게 사는 곳[남국여행③] ▷사이판, 세계적 석양 풍경..한낮엔 팔색조 바다[남국여행④] ▶7월22일 ▷사이판서 BTS처럼 놀고,페블비치처럼 골프[남국여행⑤] ▷찜닭·석양·물놀이 맛집, 사이판 월드리조트[남국여행⑥] ▷“하파다이~!” 북마리아나-한국 진한 우정 [남국여행⑦] ▷새섬·위령탑·그로토,北사이판 팔색조 탐방 [남국여행⑧] ▶7월26일 ▷북마리아나 역사,‘막내 형’ 로타의 매력 [남국여행⑨] ▷사이판-티니안-로타 다이빙 성지 7선 [남국여행⑩] ▷코로나 이후 백사장-넝쿨 밀당, 낚시붐 [남국여행⑪] ▷사이판 여긴 가봤니? 호수,나무,쇼핑,별밤[남국여행⑫끝]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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