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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 횡재세가 안 맞는 이유는? [비즈360]
원유 생산 외국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은 수입·정제만
유류세 인하 횡재세 부과로
에너지 가격 안정 어려워
지난달 26일 휘발윳값이 리터당 2000원 초반대인 서울시내 한 주유소가 기름을 넣으러 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비용 부담을 나누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표적인 게 유류세와 횡재세(Windfall tax·초과이윤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히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정유사들의 이익을 환수하는 방식으로는 에너지 공급과 가격을 안정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효과 없다?…인위적 가격 조정이 오히려 소비 늘려

정부는 지난 11월 유류세 인하를 시행하기 시작해 약 8개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인하 폭과 기간을 연장했다. 처음에는 유류세의 20%를 인하했으나 국제유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유류세의 효과가 다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 5월부터는 30%, 이달부터는 법정 한도 최대치인 37%까지 인하 폭을 늘렸다.

그럼에도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탓에 유류세 인하 몫을 정유사들이 고스란히 챙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에너지·석유시장 감시단 ‘e컨슈머’는 전국 주유소 중 99% 이상이 유류세 인하 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유류세 인하 시행 이후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국제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분에서 유류세 인하액을 뺀 금액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손보기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를 중심으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정유 업계 가격 담합을 조사하기로 했다. 또한 국회에서는 물가 급등을 잡기 위해 유류세 인하 법정 한도를 50%까지 늘리는 방향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헤럴드경제DB]

그러나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가 능사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댜. 소비자들이 유가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면서 소비를 줄이지 못해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조정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실제 유류세 인하 폭이 확대될 때에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폭이 10%포인트 늘어난 지난 5월 국내 휘발유·경유 합계 소비량은 242만2000배럴로 4월보다 43% 증가했다.

대신 국제 유가 및 석유제품 자체가 높을 때는 휘발유·경유 소비 자체를 줄이도록 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유럽연합(EU)에서는 대중교통 가격을 깎아주는 정책이 활발하다. 독일에서는 지난 달 9유로(약 1만1800원)에 전국의 지역 및 광역 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월간 탑승권을 출시했고, 스페인은 국영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다음달부터 12월까지 대중교통 이용료의 50%를 환급 받을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횡재세 ‘석유 기업’ 대상…국내 정유사에 맞지 않아

유럽 각국이 앞다퉈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도입하고 있다. 영국은 석유 및 가스 업체들에 지난달부터 기업 초과이윤세를 40%에서 65%로 늘렸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500만 유로(약 67억원) 이상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에 25%의 횡재세를 추가로 물려 에너지 비용 상승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도 초과이윤이 10%가 넘는 석유기업에 세금을 21% 추가로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횡재세는 ‘굴러들어온 행운’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1997년 영국 공기업들이 민영화 과정에서 얻은 시세 차익을 환수하는 차원에서 처음 도입됐다. 유럽에서 유난히 횡재세 도입이 활발한 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뜻밖의 횡재를 맞은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입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횡재세 대상인 기업들과 국내 기업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의 BP, 셸 등은 직접 원유를 시추하는 ‘석유기업(Oil Company)’지만 국내 기업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해서 되파는 ‘정유기업(Refinery)’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핵심 광구를 확보하고 있는 유명 석유 기업들과 원유를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를 비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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