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9월 설비투자 축소 밝혀
국내 삼성·SK하이닉스도 촉각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근 TSMC,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반도체 칩 제조사들이 앞다퉈 설비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코로나19 당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완제품 시장이 최근 활기를 잃으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이 투자 계획과 관련해 ‘숨 고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TSMC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설 투자에 들인 비용이 73억4000만달러(약 9조7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약 22% 감소했다고 밝혔다. TSMC가 연초에 올해 최대 44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전한 것과 비교해보면, 상반기 투자 금액은 계획분의 4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TSMC는 연간 투자 목표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마이크론) 역시 당초 계획보다 설비투자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스마트폰과 PC 등 수요가 줄어들면서 반도체 업황도 함께 힘을 잃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마이크론은 올해 PC와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하고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며, 재고 역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당장 신규 공장 등 설비투자를 줄이겠다는 점을 공식화한 상태다.
C.C. 웨이 TSMC 최고경영자(CEO) 모습.[TSMC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캡처] |
최근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가 전자기기 수요 감소를 감안해 내년 자본 지출을 25% 가량 줄여 16조원 수준으로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 내용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전혀 확인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반도체 업계 전체의 투자 축소 움직임이 향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업계에선 최근 메모리 가격 하락세로 인해 삼성전자 역시 향후 투자를 보수적으로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최대 10%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초에는 기존보다 3~8%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전망치를 더욱 낮췄다. 다른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도 지난해 중반 가격 상승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다 11개월 만에 가격이 내렸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인 128Gb 낸드플래시 6월 고정 거래 가격이 지난달보다 3.01% 내린 4.67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실적 전망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거대 칩 제조사들의 투자 감소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되면, 개별 기업 역시 이러한 흐름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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