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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지나면 헐고 새로 짓는 재건축 문화…“100년 아파트 시대 열어야” [부동산360]
노병용 우리관리 대표 인터뷰
주택을 재테크 차원으로만 바라보는 재건축 문화
공동주택 관리 소홀로 이어져
재건축 어려워질 미래 아파트 가치 유지 관리에서 좌우될 것
창립 20주년 주택관리업계 1위
1311개 단지 92만가구 관리...올해 100만가구 목표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우리나라엔 1441만가구(아파트 1166만가구, 다세대 연립 275만가구 등)의 공동주택이 있다. 이들 중 ‘300가구 이상 단지’ 등 일정한 조건에 부합하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 된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전문 관리자(관리소장)를 두고,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위)를 구성하는 등의 규제를 받는 단지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대상이다. 이미 1000만가구 이상이다.

이들 전체 의무관리대상 중 10%를 책임지는 기업이 있다. 우리나라 1위 공동주택관리기업인 우리관리다. 올해 기준 1311개 단지에 92만가구 규모를 관리하고 있다. 관리 면적으로 1억㎡가 넘는다. 우리관리는 이들 단지에 아파트 관리소장 등 전문가를 보내 경비, 시설 관리, 청소, 방재 등 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거주 10가구 중 1가구가 우리관리의 손길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관리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2002년 7월 출범부터 시장 점유율 1위로 시작해 현재까지 20년 동안 한 번도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우리관리 본사에서 만난 노병용 대표이사 회장(61)은 20년 전 창업 당시 상황부터 설명했다.

“삼성물산을 다니던 시절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으라는 회사의 특명을 받았습니다. 당시 회사 파견으로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미쓰이부동산, 도큐부동산 등 일본의 주요 부동산개발회사(디벨로퍼)들을 돌아보던 때였습니다. 일본의 디벨로퍼들은 아파트를 지은 후 파는 것 뿐 아니라 이후, 지속적인 ‘관리’를 강조하더군요. 아파트를 팔 때 관리회사 이름까지 표기할 정도로 사후 관리를 강조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게 많았습니다.”

지난 7월 12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우리관리 본사에서 업계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

노 회장은 아파트 시설관리를 통해 입주자들의 신뢰를 얻으면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마침 김대중 정부 시절 아파트 단지마다 ‘광통신 네트워크’가 깔리고 있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관리업무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회사에 제안했다. 당시 현명관 삼성물산 대표는 “각 사업부문에서 제안한 아이디어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그렇게 ‘씨브이네트’라는 삼성물산 자회사가 설립됐다. 그는 이 회사의 부사장으로 일했다. 이는 그가 우리관리를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씨브이네트에서 2만여가구를 관리하면서 우리나라 주택관리업계의 현실을 알았습니다. 업계가 너무 영세하더군요. 대형화하고 보다 체계적이며 합리적으로 일하는 회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생각은 그가 2001년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는 계기가 됐다. 2002년 7월 한일주택관리, 현대종합관리, 신성관리, 한일종합관리 등 기존 관리회사 4개를 인수해 합병했다. 출발부터 업계 1위(302개 단지, 22만 가구)로 사업을 시작했다. “투자자를 잘 만난 건 운이 좋았습니다. 객관적인 인사제도를 통해 우수한 인력을 선발했고 교육을 강화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IT기술을 계속 도입하며 혁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출범 20주년이 되는 올해 우리관리는 주택관리업계에서 2위와 사업장수 기준 두 배, 인원수로는 네 배 차이 나는 압도적 1위 기업이 됐다. 작년 92만호에서 올해 ‘100만호 관리’가 목표다.

“100만호 관리 목표 달성, 충분히 가능합니다. 올해는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를 적극 도입합니다. 특히 관리업무종합플랫폼인 ‘우리Genie(지니)’에 대한 기대감 큽니다. 업계에서 우리만큼 체계적으로 관리업무를 지원하는 회사가 없다고 자부합니다. 주택관리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도 우리관리라고 합니다.”

노 회장은 그럼에도 창업 당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업계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아파트를 30년만 지나면 헐고 새로 지으려는 재건축 문화와 사실상 ‘자치관리’(입대위에서 관리소장 및 직원을 뽑아 직접 관리)와 다를 바 없는 우리나라의 ‘위탁관리’(전문 관리업체에 관리를 맡기는 것) 방식이 문제라고 했다.

“주택을 재테크 차원으로만 바라보는 재건축 문화는 집주인들이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배경이 됐습니다. 전문 관리회사에 아파트 관리를 맡기는 위탁관리 방식은 우리나라에선 좀 왜곡됐습니다. 우리나라 위탁관리는 수수료만 받는 단순 사무업무대행에 지나지 않아요. 입대위에서 위탁회사 직원들의 인건비도 직접 책정하니까 관리회사에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관리회사는 가구당 월 500~600원 정도의 위탁수수료만 받습니다. 1000가구 단지라면 50만~60만원 정도 밖에 안됩니다. 이 정도 수수료로 업계가 영세성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관리회사가 아파트 시설관리를 주도적으로 하길 기대하기 힘들죠.”

노병용 회장

그는 2017년 일본 맨션학회 도움으로 오사카에 있는 한 맨션(한국의 아파트를 일본에선 맨션이라 부름)을 방문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가장 이상적인 아파트 단지와 관리업체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41년 된 480가구 규모 맨션이었는데, 초기 입주자의 63%가 41년째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70대 주민대표들은 ‘단지와 함께 늙어가고 있다’고 농담을 하더군요. 40년 넘은 건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끔했습니다. 관리회사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기준 31년 후인 2048년까지 장기수선계획이 수립돼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100년 수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랑하더군요.”

기본적으로 아파트 관리는 매월 관리비로 정산되는 일상적인 관리와 장기수선계획에 의해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장기수선 관리’로 나누어진다. 일본에선 관리회사가 두 업무를 함께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본 맨선관리회사의 매출 구성에서 장기수선 공사 수익 비중이 20~50%를 차지할 정도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아파트 관리회사의 매출은 거의 대부분 일상적인 관리에서 나오는 수수료와 일부의 관리사무소 인건비가 전부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위탁관리회사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장기수선 공사에 참여하는 것을 이권개입으로 보는 성향이 강해서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매월 관리비에서 장기수선충당당금을 부과해 모으고 있는데요. 모아진 충당금으로 수행하는 대규모 장기수선 공사는 입주민들과 별도 계약을 통해서 진행됩니다. 이 규모가 현재 32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재건축을 한 단지가 늘면서 용적률 등의 한계로 앞으론 다시 재건축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아파트를 처음 지어진 때와 마찬가지 상태로 유지하는 게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겁니다. 우리는 장기수선 공사 확대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기수선계획 컨설팅 및 각종 지원을 할 수 있는 자회사를 만드는 등 대비하고 있습니다.”

노 회장은 공동주택 관리에 대해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4분의3이 거주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관리 문제에 대해 국민 모두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는 거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동주택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따로 없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에서 맡고 있는데, ‘공급’에 신경을 쓰느라 ‘관리’문제에 대해선 전문성은 물론 관심도 많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인식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아무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고 우리 재산을 관리하고 지키는 일입니다. 법학자들이나 변호사들은 공동주택에서 일어 날 수 있는 구분 소유자들 간의 분쟁과 관리 규약 문제를 연구해야 합니다. 건축학자나 기술자들은 아파트 장기수선 계획 관리에 대해 연구하고 제언해야 합니다. 주거학이나 사회학자들은 공동주택이란 공동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경비원 갑질, 단지내 택배 이송 문제 등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그걸 현장에서 적용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게 우리 관리회사입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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