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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기정학 시대...전략적 ‘기술 동맹’으로 초격차 힘써야” [이노베이트코리아 2022]
이광형 KAIST 총장이 보는 미래
국제정치 패러다임 지정학→기정학으로
기술·부품·특허따라 세계질서 재편 중
韓, 美와 미래산업 전략 기술동맹 중요
감염병·인구 변화·AI가 대전환 중심축
올해로 6회째를 맞는 대규모 ICT·과학기술 행사 ‘이노베이트코리아2022’가 ‘기술패권 전쟁, 초격차가 답이다’를 주제로 13일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용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김현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 한석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 윤동식 KT클라우드 대표, 정은주 안전성평가연구소 소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박상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전창협 헤럴드 대표이사, 김대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 관장,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 강병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김무환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총장,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김영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부총장, 박영준 두나무(업비트) 부사장,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세종=임세준 기자

“기술을 바탕에 둔 ‘기정학(技政學)’에 따라 국제 정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기술을 보유하면 국제무대의 당당한 선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13일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2’에서 ‘기정학 시대의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장은 “자국에 필요한 기술·부품·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와 동맹을 맺는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정치가 바꾸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시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 미국 바이든 정부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술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의약품 등 첨단 제품 생산을 위한 협력을 강조하며 ‘기술 동맹’이라고 불릴 수준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성사된 일본과의 회담에서도 5세대(5G), 반도체 공동 투자 등 기술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 이에 이 총장은 “한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기술 동맹’과 ‘국가 필수 전략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기술 ‘초격차’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는 기술전쟁 중...‘전략 기술’ 최우선=이 총장은 먼저 최근 국제 정치가 기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선포할 때부터 기술 패권이 양국 갈등의 근본 원인임을 분명히 하고 시작했다. 현재 미국·유럽연합(EU), EU·중국, 한·일 갈등의 원인 또한 기술 경쟁이라는 것이 이 총장의 시각이다.

이 총장은 “글로벌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달러 패권 약화 등 미국의 위상도 변하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과 기술 동맹을 강화하며 국제정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이 없는 기술을 가지고 산업적으로 무장해야 한다. 한국도 국제 정치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전략적 기술 동맹 ▷일거양득 기술 등 국가 필수 전략 기술 개발을 대한민국 미래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 총장은 “한국은 미국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와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미국 산업에 타격이 가는 상황”이라며 “한·미 군사 동맹을 기술·산업 공급망 등 경제와 산업 분야로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조선, 철강 등 제조 역량과 디지털 기술을 보유했다. 미국 산업과 직접 경쟁하지 않으면서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로 돼 있는 것이 한국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우방인 영국·호주·일본·인도 등 국가는 제조 능력이나 과학 기술력이 불충분하거나, 산업 구조 측면에서 미국과 경쟁하고 있어 기술 동맹 파트너로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총장은 국방과 산업에서 모두 쓸 수 있는 ‘일거양득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항공 우주, 양자 컴퓨팅, 원자력, 드론 기술 등은 국방 기술인 동시에 산업화하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우리가 이 기술들을 선점하면 판을 바꿀 수 있다. 자주국방 달성은 물론 국가 신성장동력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감염병·인구 변화·AI는 3대 원동력=이 총장은 이와 함께 현재 세계가 감염병, 인구 변화, 인공지능(AI)이라는 3가지 원동력이 중심이 된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스, 에볼라, 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병이 4년 주기로 출현하고 있다”며 “감염병과 노령 인구 증가로 국가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인류의 건강 이슈를 선도할 과학기술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인구 변화 문제 대응책도 주문했다. 이 총장은 “인구 변화는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꾸고 있다”며 “생산 동력 감소로 인한 경제 저성장, 지역 불균형 심화, 노년 부양비 증대 등 앞으로 마주할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I가 가져올 사회 전반의 변화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2045년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는 AI가 등장하는 ‘특이점(Singularity)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I는 인간의 사고 작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며 AI와 인간 공존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총장은 “유년기부터 기술에 기반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기술을 주도적으로 다룰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AI 사고방식, 메타버스 창의교육, 코딩, 알고리즘, 문화 교육이 선제 대응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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