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지방분권의 시대적 흐름과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더 커진 경찰 권한을 효율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1일 자치경찰제를 시행했다. 교통과 치안 등 생활안전 분야의 경찰 사무를 자치단체에 이관한 것이다.
애초 정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는 자치경찰제도를 벤치마킹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운영하는 ‘이원화 모델’을 기반으로 자치단체에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다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자치단체에 사무만 이관하는 형태의 ‘일원화 모델’로 자치경찰제를 도입했다.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자치경찰과 자치단체가 협력해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는 교통, 치안·방범, 학교·가정폭력 등 생활안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서울특별시 자치경찰은 ‘우리동네 이면도로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2개월 동안 시민으로부터 1696건의 불편 신고를 받아 812곳을 개선했다. 전라남도 자치경찰은 전남도 내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4.6%에 달하고 271곳의 유인 도서 중 59곳에만 경찰이 배치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2만1653명에 이르는 독거노인 세대를 전수조사하고 지구대·파출소와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해 해당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자치경찰별로 다양한 시책을 시행하고 있는데도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긍정적 내용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더 커 보인다. 모 신문에는 일선 경찰관들이 “자치경찰제 시행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고 오히려 자치경찰위원회가 생기면서 보고를 두 군데로 하는 번거로움이나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부작용이 있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자치 없는 자치경찰”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왜 그럴까?
일각에서는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에 맞게 별도 인력과 조직을 갖춘 선진국형 ‘이원화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직·인사·예산권한도 온전히 행사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에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자치경찰제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대상이 있다. 실제 교통·치안 등 생활안전 서비스를 받는 지역주민이다. 주민은 내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경찰에서 더 나아가 불편을 적극 해소해주는 경찰을 원한다. 주민맞춤형,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옴부즈만은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상당량의 고충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교통신호 체계 변경, 교통안전시설 개선 등 불편 해소 요구, 112 신고 출동 경찰관의 현장 조치 미흡, 생활 속 치안불안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일선 현장에는 자치경찰을 상대로 한 주민의 요구가 더 많을 것이다.
자치경찰의 외형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이 충분조건은 아니다. 자치경찰제 성공해법은 현장에서 고충을 겪는 주민에게서 찾아야 한다. 지역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수요자 입장에서 주민이 체감할 수 있게 정책을 시행한다면 자치경찰제의 정착과 성공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다.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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