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아
인플레 압박·한미 간 금리차 고려 결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사상 첫 빅스텝에 나섰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1.75%에서 2.25%로 인상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헤럴드경제=성연진·박자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초유의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1.75%에서 2.25%로 올라섰다. 2014년 10월 15일 이후 7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통위가 통상적 인상폭인 0.25%포인트의 두 배인 0.50%포인트를 한꺼번에 인상한 것은 물론 앞서 열린 4월과 5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인상한 것 모두 전례가 없다.
유례 없는 결정을 재촉한 것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박으로 풀이된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를 찍었고, 경제 주체들의 물가상승 전망을 반영한 기대인플레이션도 3.9%로, 2012년 4월 이후 10년2개월 만에 4%에 육박했다. 특히 전월 대비 상승폭은 0.6%포인트로, 2008년 통계 시작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 기대는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강화할 수 있다. 한은이 가장 걱정하는 악순환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지난달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에도 0.75%포인트를 재차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기준금리 인상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25%로 올림에 따라 미국 정책금리(1.50~1.75%)를 넘어섰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자이언트 스텝에 재차 나서게 되면 금리 상단은 0.25%포인트 역전되게 된다. 한미 간 금리 차 역전은 달러가치를 높여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같은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국내 인플레이션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앞서 “우리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한미 간 금리 차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보다는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움직임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8년 만에 2%대 금리를 견딜 체력이 준비됐느냐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민간소비가 살아나는 부분을 경기 상방 요인으로 보고 있으나 물가상승폭이 예상보다 크고 이에 따른 소비위축이 나타나면서 사실상 경기침체 속 금리 인상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가고 있다.
실제 이날 빅스텝 단행으로 우리나라는 2%초반으로 추정하는 중립금리를 넘어선 통화 긴축 영역에 들어갔다. 물가상승 전망이 약화되고 기대인플레이션 둔화를 기대할 수 있으나 소비와 투자 전망이 낮아져 성장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기준금리가 지금과 같은 수준이었던 2008년 소비와 설비투자는 감소한 바 있다.
이미 경제심리 위축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현재 경기판단 및 향후 경기전망은 전월 대비 14포인트, 15포인트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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