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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맨의 인간탐구생활…“과학자이자 샤먼인 블루맨, ‘창조의 어머니’인 드러머”
14년 만에 내한공연 ‘블루맨그룹’ 
1991년 뉴욕 초연…3500만명 관람
비언어극 사상 ‘가장 성공한 쇼’
난타, 코미디, 서커스, 메시지까지
 
영웅, 과학자, 샤먼이기도 한 블루맨
‘음악의 신’이자 어머니 같은 존재 드러머

비언어극 역사상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쇼’로 꼽히는 ‘블루맨 그룹’이 1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블루맨 그룹’의 쇼 캡틴 바니 하스와 드럼 연주자 마켄나 마리 돌파는 “‘블루맨 그룹’은 현실을 잊게 해주고 100% 나로 살아있게 만들어주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온몸이 새파란 ‘블루맨’으로의 변신까지 1시간. “보통 사람들이 1년간 바를 화장품을 하룻밤에 모두 발라요. (웃음)” (쇼 캡틴 바니 하스) 나름의 디테일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무대 위 세 명의 ‘블루맨’은 귀도 없고, 머리카락도 없다. 인간이라는 증거(?)를 감추기 위해 라텍스를 붙이고 풀칠을 한 뒤, 파란색 페인트를 바르고 또 바른다. “피넛버터처럼 찐득한” 페인트를 바르고 나면 관객 앞에 촉촉한 피부의 블루맨이 완성된다.

“배우들끼린 이 과정을 의식이라고 불러요. 이 분장을 얹기 전까지만 해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 고민도 하고 생각도 하지만, 분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턴 내가 가진 모든 인간적인 생각을 버리게 돼요.” (바니 하스)

호기심 많은 블루맨은 음악에 맞춰 형형색색의 물감을 튀기고, 마시멜로를 던져 받아 먹는다. 배관 파이프를 악기 삼아 연주하면 현란한 색에 취하고, 음악에 압도한다. 강렬하고 짜릿하다. 때론 서커스였다가, 때론 콘서트이고, 때론 심오한 무언극이다. 전 세계 비언어극 역사상(Non-verbal performance, 논버벌 퍼포먼스) ‘가장 성공한 쇼’. 1991년 시작, ‘25개국에서 3500만여 명’의 관람. 수사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가장 웃기고 즐거운 쇼 ‘블루맨 그룹(Blue Man Group)’이 돌아왔다. 14년 만의 내한이다. 이번 월드투어(8월 7일까지, 코엑스아티움)를 통해 한국 관객을 ‘탐구’ 중인 쇼 캡틴 바니 하스(Bernard Felix Haas·A.K.A Barney Haas)와 드럼 연주자 마켄나 마리 돌파(Mackenna Marie Tolfa)를 만났다.

1991년 시작한 ‘블루맨 그룹’은 전 세계 비언어극 역사상(Non-verbal performance, 논버벌 퍼포먼스) ‘가장 성공한 쇼’이자 ‘25개국에서 3500만여 명’의 관람한 인기 공연이다.[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웅·과학자·샤먼 ‘블루맨’…음악의 신·창조의 어머니 ‘드러머’

‘블루맨’의 탄생기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1980년대 중반 세 친구인 원작자 맷 골드맨, 필 스탠튼, 크리스 윙크로부터 태어났다. “새롭고 신선하고 색다른 것”을 만들고자 탄생시킨 것이 바로 ‘블루맨’이라는 존재다.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색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색깔마다 주는 느낌이 존재하잖아요. 블루는 가장 보편적인 색이면서도, 바다와 하늘처럼 개방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줘요. 녹색은 산이나 외계인, 레드는 악마가 떠오르잖아요.”(바니 하스)

이 직관적인 캐릭터는 사실 좀 난해하다. 블루맨은 성별도 없고, 이름도 없다. 하지만 자아는 많다. 그래서 “특정 존재라고 규정할 수 없다”.

“편견 없는 시각으로 인간이 무엇일까 순수하게 탐구하는 존재예요.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 갇히지 않은 상태로 인간에 대해 탐구할 수 있죠. 순수한 아이이기도 하고, 영웅적 자아이기도 하고 과학자이면서 샤먼이기도 해요. 인간의 전체적인 면모를 들여다봐요.” (바니 하스)

블루맨의 강렬한 호기심은 공연의 모든 소재가 된다. 그 호기심이 우스꽝스럽고 재기발랄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일상적 물건이 새로운 상상력”이 되고, ‘하나의 게임’이 된다. “블루맨은 인간에겐 평범하고 지루한 것들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연출이다.

‘블루맨 그룹’은 기존의 비언어극과 달리 공연 내내 라이브 음악이 연주된다. 이 공연의 음악을 진두지휘하는 드럼 연주자와 블루맨의 관계가 독특하다. “공연 안에서 드러머는 음악을 관장하고 창조하는 음악의 신과 같은 존재”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다. ‘블루맨 그룹’은 기존의 비언어극과 달리 공연 내내 라이브 음악이 연주되고, 공연에서 사용하는 모든 효과음이 연주자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공연이 때때로 록페스티벌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대에서 음악의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드럼 연주자인 마켄나 돌파다.

“‘블루맨’이라는 공연은 인간이 어떨 때 가장 즐거울 수 있을지 본질을 탐구해요. 음악이 없다면 삶의 큰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아요. 인간의 언어를 들어내고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고자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음악이었어요.”(바니 하스, 마켄나 돌파)

음악은 쉴 새 없는 ‘두드림’으로 완성된다. “인간의 심장박동에 가장 가까운 타악기”인 드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공연에서 드럼 연주가 시작되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화려한 조명과 섬광이 더해지자, 가만히 앉아있던 관객들의 댄스 DNA가 솟아난다. 바니 하스는 “인간은 심장이 뛰는 그 순간부터 원초적으로 리듬에 익숙하다”며 “드럼 연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 중 하나로 우리의 DNA에 깊숙이 박혀 있다”고 말했다.

‘블루맨 그룹’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엔 관객이 모르는 비밀도 숨어 있다. 마켄나 돌파는 “기본적으로 드러머엔 연주하는 사람의 본질이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독특한 점은 드러머인 뮤지션 캐릭터와 블루맨의 관계 설정이다. 그는 “공연 안에서 드러머는 음악을 관장하고 창조하는 음악의 신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공연 초반 블루맨과 드러머가 선 위치가 약간의 힌트가 된다. 블루맨 세 명이 무대 중앙에 있을 때, 드러머는 그들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음악을 연주한다.

“‘음악의 신’이라는 신적 존재가 엄마의 마음으로 블루맨을 지켜주고 돌봐주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많은 일에 관여하게 돼요. 드러머의 머리나 분장, 의상에 반드시 블루의 요소가 들어간 것도 이들의 관계를 표현한 거예요.”(마켄나 돌파)

“우리가 창조의 근원을 표현할 때 어머니라고 하잖아요. 모태에서 잉태돼 탄생하기 때문인 거죠. 음악, 리듬의 모든 창조적 부분을 잉태한다는 의미를 상징하는 부분이에요.”(바니 하스)

과거 ‘블루맨’엔 여성 멤버도 있었다. 성별이 없는 캐릭터이니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오디션을 통해 합격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1000~2000명에 달하는 많은 인원이 오디션에 응시하면서 블루맨은 점차 비슷한 체형을 가진 사람들로 추려졌다. “이 과정에서 여성 블루맨이 아닌 새로운 캐릭터로의 존재를 생각하게 됐어요. 드러머는 고민의 결과이고요. 이 캐릭터를 통해 여성의 역할이 확장됐고, 신적인 존재로의 관계성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된 거죠.”(마켄나 돌파)

블루맨과 드러머가 꼽는 ‘최고의 장면’은 이들이 함께 할 때 만들어진다. 바니 하스와 마켄나 돌파는 “블루맨이 드러머의 공간으로 올라와 함께 ‘클라인(klein)’을 연주하는 신”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꼽았다. “서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관계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는 장면이거든요.” (마켄나 돌파)

‘블루맨 그룹’은 세대를 초월한 웃음을 주면서도 그 안에 숨은 메시지가 있고, 관객과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강점이 있다. 바니 하스(오른쪽)는 “진정한 유머는 일말의 진실을 담아야 한다. 아이들은 심층적인 메시지까진 알지 못해도 표면상으로 드러난 유머만로도 100%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

■ 세대 초월, 관객 소통, 현지화…“100% 나로 살아있게 하는 공연”

관객들은 공연장에 입장하면 전광판의 문구를 통해 공연에 한 발 다가선다. 공연 안내사항인데 일반적이지 않다. ‘카톡 금지, 틱톡 금지’까지는 평범하나, 그 이후 난데없는 ‘금지 사항’이 등장한다. ‘트월킹 금지, 지구방위대도 금지, 좋댓구알 금지, 빵커 금지, 쿠쿠루삥뽕 금지’.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나 줄임말로 친근하게 다가서는 전략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엔 전광판으로 관객들의 이름을 부르며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것도 ‘블루맨 그룹’의 공연 방식이다.

바니 하스는 “어느 나라든지 관객들의 초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경직되고 진지한 분위기를 깨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과 블루맨은 물론 관객과 관객 역시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교감이 형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큰 모닥불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는 느낌을 주려고 한 거예요.” (바니 하스)

이 공연을 찾는 관객층은 다양하다. 세대를 초월하고, 연령을 넘나든다. 한국 공연이지만, 외국인 관객도 적지 않다.

공연은 블루맨과 뮤지션이 어우러지는 장면으로도 오감을 깨우지만, 이들 행동엔 놀랄 만한 함의도 담겼다. 블루맨은 “우리가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이면을 보여주는 캐릭터”로서 그 안의 다양한 감정을 만나고, 관계를 고찰한다. “도시의 현대인은 땅속 배관으로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바니 하스는 “SNS로 모든 사람이 연결돼 있으면서도 정작 내 옆의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는 현대인의 고립과 소외”까지 담았다고 했다. 이들의 엉뚱한 행동과 웃음 안엔 사회의 부조리를 비롯해 관습과 관념에 대한 저항도 담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심오한 이야기가 여러 세대가 공연을 즐기는 데에 걸림돌이 되진 않는다.

‘블루맨 그룹’ 쇼 캡틴 바니 하스(오른쪽), 드러머 마켄나 마리 돌파(왼쪽). 이상섭 기자

바니 하스는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어린이 관객과 어른 관객을 위한 유머를 따로 준비하진 않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유머는 일말의 진실을 담아야 해요. 아이들은 심층적인 메시지까진 알지 못해도 표면상으로 드러난 유머만으로도 100% 즐거워해요.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경직돼있던 어른들도 함께 웃고 풀어지는 것을 보면 이런 방식의 연결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놀라워요. 그래서 아이들의 웃음이 멈추지 않는 그 순간을 사랑해요.” (바니 하스) 공연 중에도 블루맨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며 놀란 제스처를 취해 관객을 웃게 만든다.

‘블루맨 그룹’의 무대는 ‘관객과의 소통’이 핵심이다. 자칫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을 때쯤 관객을 ‘제4의 블루맨’으로 소환한다. 관객을 고르는 기준은 오로지 ‘직감’이다.

“말을 할 수 없으니 관객들의 눈을 보면서 설득하고 교감해요.(웃음) 그런데 너무 손을 들고 자기를 뽑아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선택하지 않아요. 과하게 무대에 올라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진솔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꾸밀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바니 하스)

블루맨 그룹의 쇼 캡틴 바니 하스는 “블루맨은 가장 창의적이고 즐거운 방법으로 혼자라는 외로움을 극복하게 한다”며 “블루맨을 만난 뒤 100% 나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마켄나 돌파도 “어른이 되면서 어린이처럼 유치하게 굴 수 없는데, 공연의 90분 동안은 합법적으로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과 웃음에는 장벽이 없다. ‘블루맨 그룹’은 언어극이 갖는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과 소통한다. 공연의 함의는 많지만, ‘블루맨 그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단순 명료하다. 삶의 기쁨과 즐거움이다.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90분”을 전달하는 것이다.

바니 하스는 “블루맨은 가장 창의적이고 즐거운 방법으로 혼자라는 외로움을 극복하게 한다”며 “블루맨을 만난 뒤 100% 나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마켄나 돌파도 “어른이 되면서 어린이처럼 유치하게 굴 수 없는데, 공연의 90분 동안은 합법적으로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다”며 “현실과 현실의 고단함을 완전히 잊게 해준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중순 시작, 한 달째 맺어온 한국 관객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한국에서 데뷔 무대를 가진 마켄나 돌파는 “프로 연주자로서의 첫 공연이 한국 관객일 수 있어 굉장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12년차 ‘블루맨’ 바니 하스도 연신 놀라움을 전했다.

“전 세계를 다녔지만 한국만큼 진심으로 좋다고 말한 곳은 처음이에요. 어떻게 이렇게 블루맨이 의도하는 대로 정확하게 반응을 해줄 수 있는지 너무나 궁금해요. 공연을 할 때마다 한국인이 궁금해지고,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져요. 한국 사람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예의바르고, 점잖고, 차분한데, 공연만 하면 열광적이고, 놀 준비가 돼있더라고요. 이렇게 궁합이 이렇게 잘 맞는 관객은 처음이에요. 다른 나라엔 비밀이에요.(웃음)”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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