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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 금감원장 만나 “90년대 고금리로 판 상품, 계약재매입 하게 해달라"
보험사 CEO 이복현 만나 공식 건의
해외 투자 채권 발행도 건의
금감원 “타당성 검토중”
이복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보험사 대표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과거 고금리로 판 보험상품을 웃돈을 주고 계약자로부터 다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 등을 공식 건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해외 진출 보험사를 위해 채권 발행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이같은 건의사항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 CEO들은 지난달 말 이복현 원장과 첫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SGI서울보증보험 등 20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CEO가 참석했다. 이들 CEO들은 자사의 가장 시급한 현안 한 가지를 정리해 이 원장에게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형 생명보험사는 ‘보험계약 재매입제도’ 도입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계약 재매입은 고금리 보험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돌려주는 해지환급금에 일정한 프리미엄을 더한 금액을 계약 해지자에게 주는 것을 말한다. 주택매입이나 자녀 결혼자금 등 당장 큰 돈이 필요한 사람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생명보험사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7%가 넘는 고금리 상품을 판매했는데 저금리가 되면서 손실을 보고 있다. 이차역마진으로, 이는 금융기관이 돈을 빌릴 때 금리가 돈을 빌려줄 때 금리 보다 높을 경우 발생하는 손실이다. 지광운 군산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고금리 상품 보유만으로 발생하는 생보업계 이차역마진은 2017년 1조원, 2018년 6000억원, 2019년 5000억원, 2020년 1조7000억원, 지난해 9월까지 2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관련 “보험사들의 건의사항이 제출된 만큼 각 사항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보험계약 재매입제도를 도입할 경우, 보험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나 과당경쟁 우려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 CEO는 해외 투자를 위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해달라고 건의했다.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재무건전성과 적정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한 경우에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투자를 위한 채권 발행은 엄격히 금지되는데, 해외 진출에 한해서 이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다. 신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보험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안건을 건의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일본의 동경해상의 경우 해외 M&A를 많이 한다. 이 회사의 수익의 50%가 해외시장에서 나오고 있다”며 “국내 보험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해외 투자에 한해 규제를 풀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에 비해 36% 증가한데 비해,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99%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에만 베트남(신한생명), 미국(코리안리), 미국(DB손보)등 3개 점포가 신규 진출해 해외점포수는 35개에서 38개로 늘어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보험사들 CEO 들은 2021년 새회계기준(IFRS17) 도입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성공적 도입과 안착을 위한 관리 감독 강화를 공통적으로 요청했다. 이 밖에 실손보험 정상화와 보험사기 대응을 위한 범정부수사단 설치 등도 건의됐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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