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발 긴축에 ‘강달러’ 가속
채권도 1년 6개월 만에 순유출
환차손 피해 신흥국 통화 매도
원자재 동향에 귀환 여부 달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셀코리아’ 행진이 주식에 이어 채권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력한 긴축 여파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6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 채권 10조5430억원을 순매수하고, 11조4770억원을 만기 상환하면서 한 달 동안 총 9340억원을 순회수(순유출)했다. 월별로 외국인이 상장 채권을 순회수한 것은 2020년 12월 이후 18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데다, 이르면 7월부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채권 시장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미주와 아시아에서 각각 8000억원, 6000억원의 상장 채권을 순회수했다.
유럽과 중동은 각각 5000억원, 4000억원 순투자했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규모를 보면 아시아가 102조4000억원으로 44.7%, 유럽이 72조9000억원으로 31.9%를 차지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셀코리아’가 절정에 달하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주식시장에서 3조8730억원을 순매도하며 올해 들어서 팔아치운 액수만 20조원에 육박한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잔액은 6월말 기준 593조6900억원까지 떨어졌다. 전년 동기(842조3400억원) 대비 무려 350조원, 30% 급감한 수치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29.9%에서 26.4%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이던 2009년 4월 25.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로 달러화로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주식시장에 자금을 넣어두면 달러 강세로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통화 가치가 강해지는 달러로 자산을 보유하면 이 같은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풍부해 달러로의 환전도 용이하다.
7월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가 소폭 반등하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의 흐름은 글로벌 매크로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최근 글로벌 주요 경기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반복되는 패턴이 나타났다”면서 “현재 국내 증시가 기업 이익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역설적 장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외국인의 귀환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는 환율과 유가가 꼽힌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이번 경기침체 사이클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면서 “유가만 하락해도 상당량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증산을 요청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