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올해 최저임금 안내문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하는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이 같은 인상안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취약계층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재심의를 요청한 이유다.
경총은 이의제기서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9620원으로 최종 확정돼 고시될 경우 주휴수당까지 고려한 최저 시급은 1만1500원(주 15시간 이상 근로자 기준)을 넘는 만큼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대다수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저임금 수준과 최저임금법에 예시된 유사근로자 임금, 생계비,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 4개 결정 기준을 고려하면 5%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이미 적정수준의 상한선이라고 할 수 있는 중위 임금의 60%를 초과한 62.0%로,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총은 또 저임금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복지제도 확대 등이 더 적합하다고도 제언했다. 경총은 최저임금을 규모별·업종별로 구분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으면서 "최저임금이 시장의 수용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인상돼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밝힌 인상률 5.0%의 산출 근거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산식은 거시적으로 국민경제의 평균적 임금조정률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국민경제 전체의 평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인상은 주요 지급 주체이자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심의는 '법정 시한 준수'라는 명분 아래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면서 "법이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규정한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작년과 동일한 산식으로 산출됐다. 물가 폭등 등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심의됐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천160원)보다 460원(5.0%) 높은 금액이다. 노동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며,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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