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모습[인텔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에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반도체 지원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글로벌 칩 제조사들의 항의가 지속되고 있다.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다시 법안 통과를 호소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8일(현지 시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의 기술 리더십,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에 대한 투자”라며 “그것은 국가적 의무이고 의회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초당적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이어 “우리는 도전을 계속 논의할 수도 있고, 행동할 수도 있다”며 “미국은 중대한 변곡점에 있는데, 만약 미국 의회에서 최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겔싱어 CEO의 호소는 최근 미국 의회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520억달러 규모 자금 지원이 담긴 반도체 지원법안에 대한 심사를 늦추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공화당 측이 약값 인하와 기업·부자 증세에 반대하며 민주당이 주도한 반도체 법안까지 저지하며 대치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TSMC 애리조나 팹 공장 공사모습 [TSMC 관련 유튜브 캡처] |
앞서 미국 의회는 상원이 지난해 6월 ‘미국혁신경쟁법안’을, 하원이 올해 2월 ‘미국경쟁법안’을 각각 처리한 뒤 두 법안을 병합해 최종 심사를 예고했으나, 논의 속도가 지지부진한다는 지적이다.
당초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칩 공급 극복을 위한 공급망 구축과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글로벌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반도체지원법안 처리를 강력히 의회에 요청해왔다. 미국 의회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선거전이 예상되고, 이후 양원 구성에 따라 아예 법안 자체가 폐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인텔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자 설비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맞선 상태다. 실제 최근 인텔은 20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오하이오 반도체 공장 착공 시기를 무제한 연기하기로 결정하며 가장 큰 이유로 반도체지원법안 처리 지연을 내세웠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TSMC도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언급하며, “공장 건설 속도는 미국 측 보조금에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당장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만의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회사인 글로벌웨이퍼스가 올해말 텍사스 셔먼에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들여 300㎜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하는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의회가 (법안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해당 거래는 취소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20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 공장 위치를 테일러시로 확정하면서 주정부와 시 차원의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등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연방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3월 공개된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업이 속한 국가가 어디인지 따지지 말고, 미국의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해 해당 기업을 적극 지원하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에는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의 선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 AMD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등 100곳 이상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 등이 “미국 의회가 반도체 지원법과 관련해 상원과 하원,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 조속한 합의를 이뤄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받도록 해 달라”는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연방정부 지원과 별개로 삼성의 텍사스 투자는 진행되겠지만 향후 전략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미국 테일러시 공장 관련 “착공 준비를 진행 중이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착공식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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