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요구, 국가적 움직임, 투자 및 사회적 차원 참여 흐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2년 SK 확대경영회의’ 발언하는 모습 [SK 제공]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글로벌 기업에게 요구되는 숙명이죠. 기업 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중요하고요. 흐름에 뒤쳐지지 않게 가야죠.”(A기업 관계자)
글로벌 기업들이 총성없는 ‘그린 전쟁’을 벌이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전 세계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지난 2020년부터 SK그룹을 시작으로 글로벌 캠페인인 RE100에 가입하는 등 앞다퉈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선언하고 있다. 다만 부족한 발전량, 비싼 발전단가, 제도적 미비 등은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는 ‘보이지 않는 힘’도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란 이름으로 표현되지만 고객사들의 요구와 제도로 만들어지는 국가적인 움직임도 있다. 투자자들과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환경 이니셔티브는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하겠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다. 2014년 영국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함께 발족한 캠페인이다.
더클라이밋그룹과 CDP에 따르면 RE100에는 전세계 374개 글로벌 기업이 가입 중이며 한국 기업은 20곳이 참여했다.
한국은 출범 6년이 지난 2020년 SK㈜,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 등 SK그룹 6개사가 처음 가입했다.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SV(사회적가치)를 강조하며 국내 RE100 가입 흐름을 선도했다.
이어 지난해 미래에셋증권, KB금융그룹, LG에너지솔루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7개사가 동참했고 올해는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4개사를 비롯해 KT, LG이노텍 등 7개사가 이름을 올리며 가입 경쟁이 이어졌다.
이면에는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힘도 숨어 있었다. 제품의 생산 및 소비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RE100을 목표로 삼으면서 같은 생태계 내에서 협력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스탠더드’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RE100에 가입한 애플의 경우 지난 2015년 공급 업체가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만 쓰도록 하는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5개국 213개 협력사(3월 기준)가 여기 동참하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의 요구도 강하다. ESG 관점의 경영을 소홀히 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 철회가 나타나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의 관심도 늘어나 각종 ESG 지표를 통해 기업을 평가한다. 기업가치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들도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ESG 이니셔티브인 RE100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사들이 실적이나 단순 기업가치만 분석했는데 지금은 채권투자 등에서도 ESG를 반영하겠다는 곳이 늘고 있다”며 “투자나 기업 가치 차원에서도 ESG를 보겠다고 선언한 곳이 많아 이런 흐름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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