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은 훌쩍 늘었다. 고물가에 새벽배송으로 온 현관 앞 꾸러미는 한없이 가벼워졌다. 하루하루 생활이 팍팍하기만 하다. 출범 두 달을 맞는 윤석열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커진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유혹은 현 정부에서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모양이다. 이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시나브로 그 마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하다.
이번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시민 부담이 커지자 유류세를 인하하겠다고 했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물가억제 노력에 카드사가 나서주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서민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는 나쁘지 않다.
그러자 카드업계는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미 수수료율을 내려 사실상 마이너스 영업을 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수수료 인하 요구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과 카드업계는 2012년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4차례 카드수수료를 계속적으로 내려왔다. 크게는 3분의 1 수준(연매출 2억원 이하의 사업장의 경우 2012년 개편 당시 1.5%에서 지난해 0.5%까지 인하)으로 가맹점의 부담은 줄었다. 특히 주유소는 원가 이하의 특수가맹점 수수료율(최대 1.5%)을 적용받고 있다. 연매출이 30억원이 안 되면 이보다 낮은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예·적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4% 이상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여신전문금융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주유소에서 카드 사용이 늘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일방적인 카드사 편들기라고 본다면, 일반소비자 입장에서 보자. 리터당 10원 차이로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소비자로서는 그간 주유소들이 보인 영업 행태에 불만이 많다.
분명히 정부가 유류세를 내린다고 했지만 주유소는 이미 받아놓은 기름을 팔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전 가격을 유지하거나 내려도 찔끔 내리기 일쑤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 공급가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유소는 재고 소진을 위한 기간에 감면받은 세금만큼 이익을 내는 셈이다.
이 같은 행태 속에 유류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 주유소들은 힘들다고만 한다. 영세자영업자도, 소상공인도 아닌 웬만한 중소기업의 1년 매출을 올리는 주유소도 수수료율을 낮춰 달라는 영세업자 요구에 동참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무원가와 손익을 반영한 적격비용 기반 수수료 제도 내에서 조달비용 인상으로 오히려 수수료율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이미 특수가맹점으로 최대 수수료율 1.5%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추가 수수료 인하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시장 관리·감독기관으로서 금융 당국은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해 당사자인 주유업계와 카드업계의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 일반 시민에게 돌아갈 혜택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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