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잠정합의안 부결…집행부 총사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속 기업 경쟁력 악화 우려 커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임금·단체협상을 둘러싼 국내 주요 기업들의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을 거절했고,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집행부는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자 총사퇴를 선언했다.
코로나19로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기를 자제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 각 회사의 노조가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 13차 단체교섭에서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8만9000원(호봉승급분포함), 성과급 250%+350만원 제안을 거절했다.
노조는 지난달 22일 임협이 난항을 겪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조합원 과반 찬성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교섭 중지 결정 등 과정을 거쳐 파업권을 확보했다. 이후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가 지난 4일 노조를 방문해 교섭 재개를 요청했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결국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을 거절하기로 했다.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신규인원 충원, 정년 연장, 미래차 산업 관련 국내 신공장 투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교섭 결렬 이후 외부에서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담스럽다”며 “교섭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게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핵심 쟁점에서 양보하지 않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노조는 사측이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파업 등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년간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무분규 타협을 해왔던 기조와 대비된다.
노조는 7일 오후 14차 교섭을 열고 사측과 논의를 이어간다. 오후 4시에는 울산공장에서 ‘중앙쟁대위 출범식 및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갖고 투쟁의 의지를 다진다.
대한항공 여객기. [대한항공 제공] |
대한항공 역시 노조와 갈등으로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회사는 일반노조·조종사노조와 임금 총액기준 10%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종사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합의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일반노조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은 찬성 65.7%로 가결됐다. 반면 조종사노조 조합원의 58.1%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6일 조종사노조 집행부가 총사퇴를 선언하면서 향후 임단협 시점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조종사노조 집행부는 오는 12일 선거공고를 시작으로 차기 집행부 선출을 위한 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다. 선출된 차기 집행부가 인수인계 후 업무를 시작하는 시점은 9월로 예상된다. 자연스레 임단협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을 하면서 그동안 합의하지 못했던 2020년과 2021년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코로나 기간 화물운임 상승 등에 힘입어 회사가 역대급 실적을 낸 만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 곳곳에서 임단협 불발과 파업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