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의 본안소송 3차 증인 심문에서도 ‘이면계약’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홍 회장 측은 매각의 전제가 되는 별도 합의서가 있다고, 한앤코 측은 계약의 전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6일 투자은행(IB)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 남양유업 매각에 참여한 양측의 실무자가 증인으로 나선 가운데 주식매매계약(SPA) 외 별도 합의서가 소송전의 핵심 의혹으로 꼽혔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현락 남양유업 팀장은 “홍 회장의 지시로 가족예우 등을 담은 별도합의서를 만들었고 SPA 체결 전 함춘승 피에치앤컴퍼니 사장에 얘기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에 서류를 전달했다”며 “그러나 안 된다고 했고 계약 체결 후 세부사항은 수정이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SPA를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 회장의 주장과 같다. 홍 회장의 고문직 보장, 백미당 분사, 오너일가의 처우 등이 담긴 합의서가 매각의 대전제라는 것이다. 별도 합의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SPA는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서류에는 한앤코 측 날인은 없다.

또 다른 증인으로 참석한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은 이같은 홍 회장 측 주장을 반박했다. 남양유업 인수의 실무자인 배 부사장은 “매각을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별도 합의서 또한 처음 보는 문서”라고 밝혔다.

아울러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홍 회장이 계속해서 말을 바꾸고 계약과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면서 오너 리스크가 거래 종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고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다.

배 부사장은 “홍 회장은 SPA를 체결하면 할 수 없는 일을 전날 한앤코 측과 상의 없이 진행해 황당하기도 했다”며 “보직 해임돼 대기 발령이던 첫째 아들을 전략기획 상무로, 둘째 아들은 두 단계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즉 홍 회장 일가는 불가리스 사태 등에 대한 책임으로 회사 매각을 결정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대국민 사과까지 한 상황에 홍 회장은 가족들을 경영에 복귀시킨 것이다. 또한 홍 회장은 SPA 체결 후 계속해서 매매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홍 회장이 거래 종결의 리스크였다는 설명이다.

양측의 증인 심문이 끝난 시점에 판사의 질문도 나왔다. 홍 회장은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도 왜 SPA에 도장을 찍었냐는 질문이다. 홍 회장 측은 SPA를 맺은 후에도 별도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을 재언했다.

한편 별도 합의서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재판부는 한 번 더 증인을 심문하고 심리를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23일 2시로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