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뛰어난 한남2구역, 삼성·현대 업계 1·2위도 참전
업계 “왜 두 곳만? 특정 건설사 밀어주기로 비출라”
조합원 의견 분분 “두 곳만 유난해”…“적극 홍보는 당연”
용산구 보광동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내부 모습.[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에 개별적 홍보행위를 금지하는 항의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조합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조합원님께서도 각 건설사의 홍보직원과 개별적 만남은 삼가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한남2구역 이명화 조합장)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둔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이 건설사 두 곳을 특정해 방문금지 불호령을 내렸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5위 대우건설과 7위 롯데건설이 조합원 가구를 개별적으로 방문해 선물을 주고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조합으로부터 방문 금지 공문을 받아들게 됐다.
이명화 조합장 등 조합 집행부는 지난달 15일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정비사업 건설사 홍보 금지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두 건설사에 발송했다. 공문 내용에는 ‘홍보 활동으로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조합의 명예를 훼손하는 때에는 귀사를 상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하오니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다소 과격한 문구까지 포함됐다.
두 건설사는 지난해부터 한남2구역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온 곳이다. 여기에 업계 1위인 삼성물산이 지난 4월 열린 정기총회에 참석, 최근에는 업계 2위 현대건설도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며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남 2구역에 관심을 보이는 수많은 건설사 중 롯데와 대우를 특정해서 (방문금지 공문을)보낸 것은 다른 한남 재개발구역에서는 없던 일로, 보통은 보내려면 모든 건설사에 다 보낸다”며 “조합이 특정 건설사를 밀어주기로 작정했다고 얘기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선 바로 옆 한남3구역을 수주한 현대건설이 조합의 은근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지에서 브랜드 파워를 지닌 1위·2위 건설사들은 가만히만 있으면 선정되기 때문에 그 아래 순위의 건설사들로서는 무엇을 더 잘해줄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알려야 그나마 경쟁이 되는 구조”라면서 “롯데와 대우는 처음부터 브랜드파워에 의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더욱 불리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 사이에선 이같은 공문 발송을 두고 의견이 둘로 나뉘는 모습이다. 한 조합원은 “얼마전 저희 집에도 해당 건설사에서 찾아왔다. 다른 건설사가 찾아온 적은 없었던걸로 안다. 그냥 돌려보내기는 했는데 조합에서 공정한 입찰을 위해 강력한 공문을 보낸 것은 잘한 처사”라고 평가했다. 반면 또다른 조합원은 “시공사에서 열심히 홍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른 시공사들도 같이 홍보를 열심히 하면서 조합원들의 궁금증에 답하고, 조합원들도 원하는 사항을 제안하면 될 일인데 과민반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남2구역은 작년 11월26일 사업시행인가 받고, 오는 8월부터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 단계에 들어선다. 이태원역과 가장 가까운 입지적 장점과 더불어, 시공비가 3.3㎡당 770만원이란 높은 금액으로 잠정 책정되며 사업성이 뛰어난 정비사업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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