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관계 개선에 의존도 높아질까 우려
생산시설 유치 등 소부장 협력 이뤄져야 바람직
반도체 동맹 강화 필요성도 제기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한국과 일본 간 무역갈등으로 냉각된 양국 관계가 재계를 중심으로 해빙무드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소재분야 협력이 최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본이 불화수소 등 반도체 3대 핵심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한국은 국산화 등을 통해 대일 의존도를 낮춘 가운데, 궁극적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출 규제 폐지를 넘어 생산시설 국내 유치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소재 대(對)일 의존도 낮아졌나= 5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이 2019년 7월 수출규제를 내린 반도체 핵심소재인 불화수소,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 3대 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지난 3년 간 상당부분 감소했다는 평가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불화수소 수입액이 2019년 3630만달러에서 지난해 1250만달러로 66% 감소했다. EUV레지스트는 벨기에산 수입 다변화 등으로 대일 의존도가 50% 이하로 떨어졌고 불화폴리이미드 역시 대체소재 채택으로 대일 수입 수요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국내 업체의 국산화를 통해 기술 자립에 성공했고 다른 품목들도 수입처를 다변화하며 의존도를 낮췄다는 것이다.
일본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이 생산하던 불화수소는 솔브레인 등이 생산하기 시작했고 일본 JSR, 신에츠화학 등이 독점하고 있는 포토레지스트 분야에는 동진쎄미켐 등이 국산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기술 자립도가 낮아 다시 의존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의 소재·부품·장치(소부장) 산업 국산화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일본으로부터 수입액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 소재 기업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변에 유치해야=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한일 관계 개선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일본도 한국이 수 년 걸리는 국산화를 수 개월만에 이뤄낸 것을 봤고 결국 일본 업체가 피해를 보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국내 반도체 생산에 있어 불안정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어 빨리 규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단기적인 수출 감소를 경험한 일본은 수출 규제가 오히려 자국 기업에 손해라는 것을 깨달았고 한국도 아직 기술력 등에서 향상이 필요하다. 소부장이 약한 한국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양국 간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이에 박재근 교수는 “반도체 소재나 장비기술은 수요기업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근처에 오는 것이 유리하다”며 “일본 업체들이 한국에 연구개발 센터나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소부장 100대 전략품목의 기술수준이 선진국 대비 61%에 불과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술력이 특히 취약한 점을 고려하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일본 등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힘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의 물량공세와 치킨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국·미국·일본·대만 등과 반도체 기술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웅환 SK텔레콤 고문도 지정학적 차원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언급했다. 유웅환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반도체 전문가다. 유 고문은 “일본과 지정학적 문제가 있지만 중국의 맹추격이나 반도체 치킨게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지리적으로도 봐도 일본과 우리가 협업 구조가 돼야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전략적 파트너십은 중요하며 미래를 지향하는 방향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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