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6%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잿값을 포함해 국제식량가격마저 급등하면서 밥상물가마저 위협받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이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넓히는 사상 첫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금리인상카드는 물가를 밀어올릴 수요를 제한할 수 있을 뿐 만능은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공급부족으로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봉쇄됐던 경제가 이제 막 움직이려는데 지갑을 닫아 소비가 줄면 다시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정책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소통의 기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물가, 금리, 환율이 한꺼번에 오르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이끌게 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실제 취임 직후부터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주요 발표 시 직접 간담회에 나와 시장이 오해할 수 있는 구체적 요소를 집어내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 설명회에서는 “매년 상하반기 물가를 점검하고 총재가 발표하는 것인만큼 (물가급등에 따른 긴급 조치로)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서두에 전달했다.
한은 내부 의사결정을 위한 소통 강화도 주문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한은과 지금 한은은 다르다. 당시는 우리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은 디지털화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구축하면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에 뒤지지 않을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 소통을 통한 최선의 결정’을 이끌어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의 결정’을 이끌어낼 소통을 위해 국경의 경계도 낮추고 있다. 이 총재는 8월 말 미국에서 열리는 ‘잭슨홀 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선다. 한은 총재의 잭슨홀 회의 세션 발표는 처음이다.
잭슨홀 회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산하 캔자스시티 연방회의에서 개최한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및 전문가들을 초청해 해마다 8월 개최하며, 사실상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올해는 25~27일(현지시간) ‘경제와 정책에 대한 제약조건 재평가(Reassessing Constraints on the Economy and Policy)’를 주제로 열린다. 이 총재는 마지막 세션 발표를 맡았다.
경제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로 묶였던 경제가 풀리고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물가와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우리만의 고민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정보가 많다는 미 연준도 ‘인플레이션 정점’이 어디인가 예측이 빗나가고, 미국 경제가 40년 만에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유독 대외 요인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우리는 그보다 더 앞으로의 경기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 경제위기를 겪던 때와는 다르다. 정보력도 소통에 대한 고민과 무게감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최선의 결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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