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오름세가 지속 중인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성연진·박자연 기자]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4년만에 6%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시장에선 물가상승과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속도 등을 감안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이상 올리는 사상 첫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5일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 5%를 웃돈 지 한 달 만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에 진입하는 등 물가오름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물가상승률은 ▷2%대 6개월(2021년 4~9월) ▷ 3%대 5개월(2021년 10~2022년 2월) ▷ 4%대 2개월(2022년3~4월) 을 거쳐 5%대 1개월(5월)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물가상승압력이 다양한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안정’이 통화정책 목표임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는 인상이 확실시 된다. 관건은 폭이다. 시장에선 물가 오름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 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6월 3.9%로 4%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해, 한은이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JP모건은 “한은이 7월 빅 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서,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폭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영증권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과 7월 각 0.75%포인트, 9월 0.50%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당분간 주요국의 가파른 긴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한은 금통위의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만약 미국과 금리차가 발생하게 되면 환율이 원화 약세로 움직이고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또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다”면서 “미국과 격차가 많이 벌릴 수 없는 상황이며 미국이 3%까지 올린다면 우리도 3%대 중반까지는 올려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하반기까지 물가상승이 이어지고 한은이 연속 금리 인상으로 단행하게 되면, 이제 막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움직이기 시작한 경제는 다시 침체될 수 있다. 한은은 거리두기 해제로 살아난 내수 소비를 경기 상방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와 금리가 한꺼번에 오르게 되면, 소비 여력은 준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자산 가격도 떨어지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이 늘어나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2분기까지는 괜찮은데 하반기에 이게 다 겹쳐지면 인플레이션을 잡다가 경기가 나빠질 수 있는데, 현 시점에서 완벽하게 경기침체를 막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지난달 21일 “6월 물가 상승률이 6%대로 나오면 빅 스텝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 “빅 스텝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 물가가 올랐을 때 우리 경기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봐야 한다”며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부 채권이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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