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예비율 한때 10% 아래로 ‘뚝’
냉방 풀가동 7~8월엔 더 떨어질듯
9년 만에 비상발령 가능성도 솔솔
이른 폭염과 열대야로 지난달 전력수요가 같은 달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로 치솟으면서 여름철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빼곡히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작동하는 모습. [연합] |
지난달 이른 폭염과 열대야가 찾아오면서 전력수요가 동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유 전력 수준을 보여주는 공급예비율은 한때 10%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7~8월에는 공급예비율이 더 떨어져 2013년 이후 9년 만에 전력수급 경보가 발령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최대전력은 작년 동월보다 4.3% 증가한 7만1805MW(메가와트)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6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에 7만MW 선을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최대전력은 하루 중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수요이며, 월평균 최대전력은 한 달 동안 일별 최대전력 합계의 평균값이다. 월평균 최대전력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전력수요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전력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른 무더위까지 찾아와 전력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냉방 가동 등으로 전력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 공급예비율의 마지노선인 10% 선이 깨지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전력 공급예비율은 9.5%까지 하락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공급예비율은 당일 전력 공급능력에서 최대전력을 뺀 공급예비력을 다시 최대전력으로 나눈 비율이다. 공급예비율이 낮아질수록 전력수급 불안감이 커지게 된다. 통상 10% 이상은 돼야 비상 상황 등에 대비해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여름 전력수급은 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여름 전력 최대 수요 시기는 8월 둘째주로 예상된다. 특히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 더워 최대 전력 수요가 91.7~95.7GW(기가와트)에 달하면서 지난해(91.1GW·7월 27일 기준)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올여름 예비력은 5.2~9.2GW 수준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낮고 예비율도 5.4~10.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예비력 전망치 최저 수준인 5.2GW는 전력수급 비상 경보 발령 범위에 해당한다.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 경보가 발령되는데 예비력에 따라 1단계는 ‘준비’(5.5GW 미만), 2단계는 ‘관심’(4.5GW 미만), 3단계는 ‘주의’(3.5GW 미만), 4단계는 ‘경계’(2.5GW 미만), 5단계는 ‘심각’(1.5GW 미만) 등으로 구분된다.
전력수급 비상 경보 발령은 2013년 8월 이후에는 한 번도 없었다. 산업부는 전력수요가 급증해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도록 9.2GW 수준의 추가 예비 자원을 확보했지만, 가정과 사업장 등의 에너지 절약 노력도 절실하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산업계에 대해서는 전력 수요가 정점에 달할 8월 둘째 주 전후로 직원들의 휴가를 분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오는 9월 8일까지를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전력거래소·한국전력·발전사 등과 ‘전력수급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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