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러 오는 사람없고 매물만 쌓여”
“신분당선 효과도 없다” 하락세 우려
1년도 안 된 1층 매물 2.4억이나 추락
중앙역 외곽지역은 ‘깡통전세’ 조짐도
집주인 매물·급매간 호가도 천양지차
주택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던 지역들의 집값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매매 가격이 40% 넘게 급등하며 서울 집값을 위협하던 광교신도시지역은 상반기 수도권 지역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광교중앙역 앞. 서영상 기자 |
“최근 수개월 사이 지난 2년간 오른 가격을 전부 반납했어요. 신분당선 연장도 효과가 없더라고요.”(광교중앙역 앞 A공인 대표)
한때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집값을 넘보던 수원 광교신도시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다. 올해 초 가격보다 20~30% 싼값에 매매되는가 하면 각종 통계에서 수도권 내 가장 큰 폭으로 매매 가격이 내려간 지역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찾은 광교신도시 공인 대표들은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없는 반면 매물은 계속 쌓이니 앞으로 얼마나 빠질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광교신도시 매맷값 하락은 최근 실거래가를 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교호반베르디움트라엘 100.51㎡(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2월 14억1000만원(11층)에 최고가 거래됐지만 지난달 2일 12억5000만원(11층)에 거래되더니 같은 달 22일에는 10억30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넉 달 사이 3억8000만원, 즉 26% 수준이 떨어진 것이다. 광교 대장주에 속하는 아파트들이 있는 광교중앙역 인근도 하락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자연앤힐스테이트 84㎡도 지난해 7월 16억3000만원(17층)에 거래됐지만 5월 14억7000만원(19층)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3억9000만원(1층)에 거래되기도 했다. 1층이라 할지라도 그 가격 하락이 1년도 채 안 돼 2억4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27일 조사 기준) 수도권 전체에서 전년 말 대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곳도 광교신도시가 포함된 수원 영통구였다.
이처럼 매맷값이 하락하자 주변부로는 매맷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거의 없는 ‘깡통전세’ 조짐도 보인다. 광교중앙역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거리의 한 아파트 가격은 지난 4월 6억5000만원에 매매거래됐는데, 그 전달에는 같은 가격인 6억5000만원에 전세거래되기도 했다.
광교신도시 B공인 대표는 “서울에서도 부동산 조정시기에 외곽지역이 먼저 빠지듯 여기도 광교중앙역 인근보다는 역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지역의 가격이 더 많이 빠졌다”며 “그나마 역 인근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50~60% 수준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조정을 맞으며 호가도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인다. 수개월 전 가격을 포기 못하는 집주인들 매물과 사정상 급매로 내놓은 물건들의 가격 차가 많게는 수억원 차이를 보였다. 자연힐스테이트 상가에 있는 한 공인 대표는 “포털에 올라온 호가를 믿으면 안 된다”며 “자연앤힐스테이트에 현재 나온 매물 60개 중 절반은 집주인들이 현실성 없는 가격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근에 있는 한 아파트는 같은 평수가 호가로는 11억8000만원부터 15억원까지 3억원이 넘게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데는 지난 몇 년간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 따른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수원 영통지역은 2020년 1월 6일부터 21년 12월 27일까지 2년간 매매 가격이 42.63% 오른 지역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며 1기 신도시들은 재건축 이슈가 반영돼 오르는 반면 동탄, 광교 등 2기 신도시는 특별한 호재가 없다”며 “그 와중에 금리상승까지 겹치며 매수세가 줄다 보니 신분당선 연장 효과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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