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시장·쇼핑앱
특가 노리는 ‘알뜰족’ 증가
2030세대 ‘현대판 신자린고비’ 등장
편의점 마감 할인 이용 전년비 20%대↑
“하자 있어도 아무렴” 90% 저렴 ‘초가성비’ 인기
3일 이마트 성수점에서 판매된 주말 특가 상품에 손님들이 몰렸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 두 아이를 키우는 김모(42) 씨는 최근 1주일에 두 번씩 보던 장을 한 번으로 줄였다. 그런데 장을 보는 시간은 2배 가까이 늘었다. 김 씨는 “육류는 대형마트에서 주말 특가 상품을 구입하고, 깻잎·오이·호박 등 채소류는 인근 시장에서 이른바 ‘떨이’를 산다”며 “‘타임딜’ 상품이 뜨는 시간에 맞춰 쇼핑 앱(App)에 접속하는 빈도도 잦아졌다”고 말했다.
# 혼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박준우 씨는 저녁 8시가 되면 편의점 앱으로 검색부터 한다.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잘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인 식품들을 최대 6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번 식당에서 사 먹는 게 부담스러워서 1주일에 2~3번은 편의점에서 파는 ‘마지막 상품’을 기다린다”며 “유통기한을 5~6시간 남긴 도시락을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5.4%) 수준을 뛰어넘는 6%대로 예측되면서 특가 상품, 유통기한 임박 상품, 이월 상품 등 ‘떨이’ 상품을 찾는 알뜰 소비자가 늘고 있다. 유통 기한이 임박한 먹거리는 물론, 휴지·샴푸 등 생필품부터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구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과거 떨이 상품은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품력이 갖춰지면서 소비자들이 갖는 거부감도 크게 줄었다.
한국 소비자물가지수 |
실제로 지난 3일 오후 대형마트인 이마트 성수점과 서울 용문시장에는 “오늘 하루만 특가”라는 매니저와 상인의 목소리에 열 댓 명의 손님들이 대거 몰렸다. 다만 대형마트와 시장에서의 인기 품목은 달랐다. 찜용, 구이 등으로 먹을 수 있는 수입 육류 가격은 대형마트가 20~30% 저렴한 반면, 시장에서 판매되는 떨이 채소는 대형마트보다 30% 정도 값이 저렴했다. 생필품을 비롯한 공산품은 대형마트가 12%~15% 정도 저렴했지만 족발, 떡볶이, 닭강정, 옛날 통닭 등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들은 대형마트 판매 제품보다 2000~4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쌌다. 이날 용문시장에서 만난 김성숙(59) 씨는 “시장에서 장을 먼저 보고 10분 거리에 있는 이마트 마포공덕점에 가서 2차로 장을 볼 계획”이라며 “10만원 이내로 알뜰하게 두 명 분의 일주일 치 장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3일 이마트 성수점에서 판매된 주말 특가 상품에 손님들이 몰렸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현대판 신(新)자린고비도 등장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편의점 마감 판매 이용 건수가 다달이 증가하면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플렉스 열풍을 주도한 이 세대마저 이른바 ‘짠테크(짠돌이+재테크)’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6월 CU의 마감 할인 서비스인 ‘그린세이브’ 매출은 올해 초인 1월과 비교해 27.8% 신장했다. 6월 그린세이브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23.2% 늘었다. 6월 매출이 높은 그린세이브 상품 카테고리는 스낵(26.1%), 라면(20.8%), 즉석식품(19.2%)으로 특히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다른 편의점 업체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7월에 시작한 GS25 마감 할인 서비스 이용 건수는 지난해 8월과 비교해 281%나 늘었다. 전월(5월) 대비로 보면 17.3%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의 마감 할인 서비스 ‘라스트오더’의 경우, 6월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용이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은 25% 신장했다. 폐기절감액은 58억원(판매가 기준)을 돌파했다. 라스트오더 카테고리 비중은 도시락, 삼각김밥, 샌드위치, 햄버거가 전체 판매 상품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하자 상품이나 전시 상품 등을 구매하는 ‘초가성비’ 알뜰 쇼핑족도 늘었다. 맛과 영양면에서 차이가 없지만 크기가 조금 작거나 흠이 있는 롯데마트의 ‘B+’ 과일의 상반기(1월~6월) 누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0% 이상 신장했다. 기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여러 이유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하는 상품을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티몬의 ‘알뜰쇼핑’ 5월 매출량은 4월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이마트는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확 더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4일부터 실행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는 7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