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반세기 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주요국 증시 가운데 중국이 유일하게 빛을 내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반사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연초 이후 MSCI 지수 기준 상반기 승자는 중국이다. MSCI 중국 지수는 -11.4%를 기록했지만 미국(-20.8%), 유럽(-22.8%), 신흥국(-19.4%) 등에 비하면 단연 돋보이는 성적표다. 특히 최근 한달 수익률은 6.6%로 주요국 증시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했다.
중국 증시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MSCI 한국 지수는 연초 이후 23.3%, 최근 한 달 새 14.2% 떨어졌다.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특성 때문에 중국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걸 감안하면 정작 수혜는 못 보는 아쉬운 상황이다.
일차적 원인은 중국이 2분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면서 대규모 봉쇄를 단행한 탓에 우리 기업들 실적에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5월 대중 무역수지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기조적으로 낮아지고 있었던 것도 한중 증시의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국 증시를 띄운 중국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주변국에 수혜를 나눠줄만큼 확신으로 바뀌지 못한 탓이 크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과 미국 증시는 코로나19 이후 많이 올랐다 떨어진 것이고 중국 증시는 최근 올라오는 상황"이라며 "경기 지표의 방향성은 중국이 개선되고 있지만 절대치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1를 기록했다. 지난 4월 42.7과 5월 48.4에 비해 상승 흐름을 보이며 '위축'에서 '확장'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 PMI가 53.0이란 걸 감안하면 중국 경기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완전히 좋아졌다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중국 증시를 끌어 올리는 동력 중 하나인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대한 신중함도 우리 증시에 당장 수혜를 주지 못하는 이유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 실업률 급등으로 인한 구조적 리스크, 과도한 부양책에 따른 부작용 경계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베이징 지하철 이동량이 다시 하락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타지역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이 유지되면서 회복 모멘텀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의 대들보인 반도체 업황 개선을 위한 중국 대형 기술주들의 분발도 필요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IT투자 사이클 개선 강도가 강해져야 국내 반도체 IT 업황의 반등 모멘텀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이는 순차적으로 국내 경기사이클의 하방 압력 둔화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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