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추가인하, 납품단가 연동제는 여야 공감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국회가 한달 넘게 멈춰섰다.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몫을 둘러싼 여야 원(院) 구성 정쟁이 장기화된 가운데, 법안을 심사하고 본회의에 부치는 국회 입법 기본 조직인 상임위원회가 없는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다. 국회가 공전하는 사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가 민생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여야는 우후죽순 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민생 챙기기에 나섰지만 국회 공백 상태에서의 '공염불'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4일 본회의를 개최해 국회의장을 단독 선출하는 등 원구성 강행을 예고한 상태다. 주말 사이 국민의힘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지만 야당의 단독 본회의 개의, 의장 선출시 여야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위, TF 차원에서 민생 법안 아이디어들이 선제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민생 뒷전' 프레임을 의식한 듯 쏟아내는 정책이 실제 발의되고 입법될지는 미지수지만 현재 국회 개원 '대기' 상태인 민생입법들을 알아봤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일 서울 금천구 월드메르디앙벤처센터1차에서 열린 서민 점심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野 '밥값 지원법' 추진= 외식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민주당은 '밥값 지원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19년째 그대로인 비과세 식대비 한도를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단 설명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에서 "소비자물가가 6%대에 가까워지자 직장인들이 점심값을 아낀다며 도시락을 싸거나 편의점에서 한 끼를 떼운다고 한다"면서 "이런 부담을 덜도록 민주당은 밥값지원법을 검토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현실에 맞춰 19년째 그대로인 비과세 식대비 한도를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겠다"며 "다음 주 국회가 열리면 시급한 민생 입법을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따르면 현행법상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식대비는 월 10만원 이하까지만 비세과세다. 고물가에 반해 식대 비과세 근거가 되는 소득세법은 2003년 5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오른 후 19년간 변동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박 원내대표는 "올해 1월 식사비부터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며 "직장인 월급 중 식대는 비과세 금액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한도를 조정하면 근로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유류세 추가 인하분이 반영된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 |
▶與野 모두 "유류세 추가 인하"= 리터당 평균 2100원대를 훌쩍 넘은 전국 휘발유값에 서민과 화물차 운전자, 소상공인 등 부담이 높아지자 여야는 유류세 추가 인하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법이 허용한 최대 한도인 37%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고 석유류 판매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인하 폭으로 종전보다 휘발유는 리터당 57원, 경유와 LPG부탄은 각각 38원, 12원씩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이를 적용하면 인하 전 탄력세율 때보다 휘발유는 리터당 516원까지 내려가고, 같은 기준으로 경유는 리터당 369원, LPG부탄은 130원까지 인하된다.
여기에 더해 여야는 유류세 인하율을 50%까지 확대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먼저 배준영 등 국민의힘 의원 13명은 현재 30%인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법은 경기 조절과 유류 가격 조정 등 필요에 따라 정부가 유류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두고 있다. 이때 법상 규정된 조정 한도인 30%를 5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유류세 인하 폭이 30%에서 50%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민주당 역시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까지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유류세 인하 폭을 법상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했는데 그 정도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정부가 탄력세율을 키울 수 있도록 추가 입법해서 50% 정도까지 해야 기름값을 1800원대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공감대로 입법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지만 관건은 원 구성 협상에 달렸다.
이영 중기장관, 중소기업중앙회 방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중기 보호하라" 납품단가 연동제= 납품단가 연동제란 하도급 계약기간 중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이를 반영해 원사업자가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대·중소기업이 분담하자는 취지에서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8일 중소기업을 찾은 자리에서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 납품단가 연동제 문제를 반드시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자재를 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이 50% 가까이 폭등했는데 납품단가 조정폭은 고작 10%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며 "사실상 유명무실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의 대대적 수술은 물론 보다 근본적 해결방안에 나서야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여당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최근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정부입법 초안을 작성해 이를 대기업, 여당, 야당 등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9일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올 하반기 납품단가연동제가 현실적으로 정착되기를 희망한다"며 "이해관계자들과 잦은 접촉을 통해 합일점을 찾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앞서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두고 촉발됐던 화물연대 파업이 마무리됐지만 입법은 더디게 진행 중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종사자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20년 도입된 제도다. 화물차주와 운수 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것으로,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고 종료하는 3년 일몰제를 적용해 왔다.
야당에서는 이같은 일몰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삭제하고 적용 품목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1일 화물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도로 안전을 위한 안전운임제를 안착·확대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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