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에 대해서는 無보전, 공정성 지적
내수제품만 인하시 대내외 가격교란 소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재원 감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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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가 조세를 통해 기업의 초과 이익을 환수한다는 접근 자체가 시장 논리를 거스르는 일일 뿐 아니라 공급 축소로 제품 가격을 더 높이는 부작용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전세계 인플레이션 여파로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제품이 이를 상당폭 만회하고 있다는 점도 균형있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횡재세란, 기록적인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급등으로 정유사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수익(횡재)을 거뒀기 때문에 이의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환급 조치하는 것을 가리킨다. 영국은 최근 정유사 대상으로 이를 시행 중이고, 미국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제품이 필수 소비재라는 이유로 타 업종 대비 이윤에 대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리로라면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하며 연 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을 당시에도 정부의 손실 보전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익에 대해서만 정부가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공정성에도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또 정유사들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내 제품에 대해서만 가격을 떨어뜨릴 경우 자칫 대내외 시장 교란이 발생될 수 있으며,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횡재세 도입으로 정유사들의 수익 하락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원이 줄게 되므로 유가 변동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 기간이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횡재세 도입시 정유사는 생산할수록 이익이 줄어들게 되므로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 도입 전보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횡재세 도입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며 “횡재세는 에너지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져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악순환을 재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 중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도체에 이어 2위 수준까지 올라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1~20일)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31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했지만 석유제품 수출은 35억5700만달러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88.3% 증가했다. 전체 수출의 11.4%를 차지했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의 수출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중국·호주 등 주요 생산국들의 정제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횡재세 도입으로 휘발유·경유 가격을 리터당 100원 인하(2021~2022년 월평균 소비량 기준)시 정유사들의 수익 감소폭은 월 325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시장 점유율로 안분시 SK이노베이션이 930억원으로 가장 많고, 그 뒤로는 S-OIL(790억원), GS칼텍스(740억원), 현대오일뱅크(730억원) 순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유가 급등의 충격을 석유제품 수출로 상쇄하는 중”이라며 “한국 정유사의 경제적 충격 방어막 역할 부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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