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공협 “생산비연동제 폐지가 우선” 주장
낙농가 “사료값 폭등”...원유 납품 거부 검토
원유 가격 인상 적용 시기 ‘8월 1일’ 바로미터
우유 가격 인상 불가피...식음료 가격대란 우려
올해 원유(原乳) 가격 인상 협상을 두고 낙농가 단체와 유업체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낙농가가 원유 납품을 거부하는 우유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유 생산 단가도 올라 관련 가공 제품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의 합성어)’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업체 측인 한국유가공협회는 낙농제도 개선을 이유로 원유 기본 가격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원유 생산자 측인 낙농육우협회에서는 원유 납품 거부 카드까지 검토 중이다. 유업체는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 가격을 책정하는 ‘생산비연동제’를 폐지하고,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음용유는 가격을 유지, 가공유는 낮추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먼저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원유 가격 결정 시한은 지난 24일이나 이는 낙농진흥회의 권고 사항으로 기한을 넘기더라도 당장 수급 등이 문제가 생기는 상황은 아니다. 또 원유 가격 인상 적용 시기는 8월 1일부터로 약 한 달 간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대로 협상 파행이 이어지다 낙농가가 원유 납품을 거부할 경우 식음료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우유 뿐만 아니라 요거트, 치즈 등 유가공 제품, 빵·제과, 커피 음료까지 줄줄이 대란을 낳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8월에도 원유 가격 협상을 두고 낙농가들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우유 공급을 하루 중단한 바 있다. 매일 5200t(톤)씩 원유를 공급하던 낙농가는 이에 90%에 달하는 4750t 가량의 원유 공급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생산비연동제도를 개편해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생산 단가가 치솟으면 밀크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우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4.2%(34원) 증가한 1ℓ당 843원으로 원유기본가격 산출식에 따라 올해 1ℓ당 47~58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이처럼 생산비가 급격히 뛰는데도 원유 가격이 고정된다면 낙농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많아져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게 낙농육우협회 측 설명이다.
유업계는 인구가 줄면서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해외시장 개방으로 저가의 수입제품이 들어오기 때문에 원윳값 책정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입장이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농가 배합사료 가격은 30~40% 올랐지만 원윳값은 그대로니 사육을 포기하 농가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사육두수가 구제역 살처분 수준으로 떨어져 이 상태로는 작년 하반기에 발생한 원유 부족 사태가 되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말부터 유제품 발 물가인상이라는 ‘밀크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업계는 제품 가격 줄인상에 나섰다. 특히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마저 급등해 우유 가격이 오르면 식음료 업계 전반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