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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곡물자급률 제고가 식량안보 대책일까?

최근 국제곡물가격의 급등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식량안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20% 안팎의 낮은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다. 자연 식량안보를 위해 국내 곡물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곡물자급율 제고가 식량안보를 위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가 직면한 식량안보를 해결할 수는 없다.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것은 곡물만이 아니다. 김치를 비롯해 다양한 채소는 물론 고추, 마늘, 양파와 같은 양념류, 제철 과일과 육류 및 유제품, 때론 고구마와 감자까지 우리의 입맛과 건강을 지키는 핵심 품목이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국민 1인당 1일 식품공급량은 약 1676g이다. 이 중 쌀과 밀, 옥수수, 콩, 유지류를 포함한 곡물류는 463g으로 전체 공급량의 약 28%에 불과하다. 나머지 72%는 채소와 과일, 서류, 육류와 유제품, 어패류 등이다. 따라서 소비자 밥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곡물 뿐만 아니라 채소와 과일은 물론 육류와 유제품, 서류, 어패류까지 종합적인 공급안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곡물자급율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밀과 옥수수의 자급율은 1% 미만이다. 콩의 자급율도 7% 안팎이다. 식량안보를 위해 밀과 옥수수, 콩의 자급율을 10%까지 높인다고 할 때, 현재의 생산성을 전제로 최소한 30만ha 이상의 경지가 필요하다. 이모작을 고려해도 경지이용률이 107%이니, 곡물자급률 10% 달성에 필요한 경지면적에는 큰 차이가 없다. 30만 ha는 충청남도와 북도를 합한 경지면적이다. 충청도 전역에 다른 작물은 심지 않고, 밀과 옥수수, 콩을 심었을 때 달성 가능한 곡물자급율이 기껏 10%란 말이다. 그렇게 곡물자급률을 올렸다고 해도 여전히 필요 곡물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혹여라도 이로 인해 배추나 무, 다른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지 못해, 생산 감소로 가격이 급등할 경우 식량안보는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식량안보는 종합적으로 접근하되 품목별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 곡물은 자급률제고도 필요하지만 국토면적이 작은 우리나라의 여건상 해외로부터의 수입의존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해외에서의 안정적 수입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반면 거의 자급하고 있는 채소나 과일은 종종 가격등락이 커서 일시적인 공급차질이 우리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품목은 안정적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격등락의 위험을 줄여주는 경영안정화가 식량안보대책이다. 축산물의 경우 사육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와 자급률제고 간 접점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이 대세이기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자급률 제고는 큰 의미가 없다.

농업인력의 고령화와 기후변화에 따라 식량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221만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이 47%다. 70세 이상도 32%가 넘는다. 앞으로 10여년 후면 농업생산 자체가 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람을 대신할 첨단 과학농법과과 함께 적기 필요한 양을 투입해 토양을 보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정밀 스마트농업의 정착이 중장기 식량안보대책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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