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6월수출 중 11% 차지
中·호주 등 해외 정제설비 가동정체 영향
정제마진·수출증대로 정유사 호실적 지속
국내 한 정유사의 석유정제설비 전경.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우리나라의 수출 중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도체에 이어 2위 수준까지 올라왔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제품의 수출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중국·호주 등 주요 생산국들의 정제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전세계 인플레이션 여파로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유사들이 상당폭 만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주 관세청이 발표한 ‘6월 1~20일 수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31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석유제품은 35억5700만달러로 주요품목 중 반도체(63억5700만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88.3% 증가했으며 전체 수출 중 11.4%를 담당했다.
철강제품(25억7900만달러), 승용차(16억100만달러), 자동차부품(10억3400만달러), 무선통신기기(9억8100만달러) 등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목과도 규모에 있어서 큰 격차를 나타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기준으로도 석유제품(250억7800만달러)은 철강제품(250억3300만달러), 승용차(194억5000만달러), 자동차부품(95억9800만달러), 무선통신기기(88억9500만달러) 등을 앞지른 바 있다. 1~5월 석유제품이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로 작년 같은기간(5.3%)보다 3.3%포인트 증가했다.
실제로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석유제품 수출규모는 3100만배럴로 전 분기 대비 35% 증가했으며, 전년동기대비로는 57% 성장했다. GS칼텍스의 올 1분기 수출금액은 7조9165억원으로 작년 1분기(4조3218억원)보다 83% 확대됐다. 현대오일뱅크(5조2799억원)와 S-OIL(5조804억원) 역시 수출물량이 각각 전년동기대비 145%, 82%씩 늘어난 상태다.
이런 데에는 다른 나라가 코로나19 및 내수우선 정책 등으로 정제설비 가동률을 줄인 시기에 우리 정유사들이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린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정유공장 중 3분의 1 가량이 가동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내수 생산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수출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중신동방금융투자에 따르면 10일 현재 중국 내 메이저 국영 정유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은 71%이고, 소규모 민간 정유기업들은 64% 수준이다.
호주도 팬데믹 기간 중 정제설비의 절반 가량을 폐쇄했다. 이의 영향으로 5월 누계 기준으로 호주(15%)가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한국무역협회 자료) 1위 국가가 됐다. 작년 최대 수출국은 중국(20%)이었고 호주(10%)는 일본, 싱가포르, 미국에 이어 5위였다.
이처럼 국내 석유제품의 수출 물량이 큰 폭 증가했고, 정제마진도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어 정유사들의 실적은 당분간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이 석유제품 시장에서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자체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 역할이 증명되고 있다”며 “수요파괴라는 극단적 가능성을 제외하면 현재는 한국 정유업체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