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수출경쟁국 모두 통화가치 하락
수입물가 상방압력…수출효과는 미미
“지금 나타나는 환율 상승 현상은 원화가치 하락이라기보다 달러가치 상승이다. 같은 말 같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미국이 긴축을 하면서 달러가치 자체가 급등했다. 엔화도 무너졌고, 위안화도 무너졌다. 수출경쟁국들도 다 통화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수출 호재로 작용하지 못한다. 반면 수입물가 상방 압력은 그대로 전해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4일 환율 상승 현상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환율 상승은 그 자체로는 장단점이 있지만 현재 경제환경에서는 단점이 더 부각돼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 기재부 관계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달러가치 자체가 오르는데 환율을 방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본도, 유럽도, 중국도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본은 통화스와프도 체결한 나라인데 엔저 현상이 더 심각하다. 결국 금리 문제일 수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일본은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환율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환율 상승에도 수출은 둔화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6월 1~20일 수출은 31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수입은 같은 기간 389억달러로, 21.1% 늘었다. 무역수지는 7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금리인상이 없다면 환율은 앞으로도 쉽게 진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외환 당국은 이미 올해 들어 구두 개입만 3차례 진행했다.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 시 시장 안정 노력을 실시하겠다”고 말한 것까지 포함하면 4차례다.
6월 국내 상황도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조업일 수가 2일 감소하고, 화물연대 파업 등 일시적 요인이 겹치면서 수출이 주춤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화물연대 파업 종료 이후 국내 상황은 위기를 일부 넘겼다.
물가에는 직접적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5월 수입물가지수(2015년 수준 100)는 원화 기준 153.74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6.3% 상승했다. 그러나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137.88, 달러 기준으로는 136.80으로 각각 1년 전보다 23.1%, 20.5% 상승해 오름폭이 더 작았다.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의 오름폭을 더 키우고 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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