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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오르면 수출 기업은 웃는다? 원달러 ‘1300원 쇼크’에 공식도 뒤집혔다 [비즈360]
13년 만의 고환율, 이어지는 ‘R의 공포’
소비자물가·무역적자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
환율 상승에 항공·정유 등 업계 지급 비용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경기침체 등 ‘나비효과’, 기업 실적하락 우려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부두. [연합]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며 기업들의 긴장감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약 13년 만에 찾아온 고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넘으며 경기침체와 실적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수출기업은 호재’라는 공식들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환율상승은 대부분의 국내 산업과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도의 차이일뿐 사실상 모든 기업이 환율급등으로 멍이 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금리인상과 물가상승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기업들의 대응전략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2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01.8원을 기록하며 지난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23일 1301.8원으로 1300원을 넘어선 가운데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게시된 환율. [연합]

환율 상승은 그동안 수출로 ‘먹고사는’ 국내 수출기업으로선 가격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실적 확대의 기회였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물가상승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환율까지 변수로 작용하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당장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업계는 유가 급등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달러표시채 발행이 많은 정유업계도 환율 상승이 부담이다. 자동차·조선·가전업계는 환율 상승이 수출 확대의 호재일 수 있지만 달러화로 거래되는 주요 원자재는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가격이 올라 비용이 늘어난다. 중소기업들은 원가 부담에 납품단가 연동제 등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당장의 환율 상승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여파가 장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돼 수입 원자재가격 상승,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소비 위축과 기업 실적 감소의 연쇄 고리를 만든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원자재가격과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8%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원재료 수입 물가 급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환율이 1%포인트 높아지면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생산자물가는 0.2%포인트 상승한다고 추산했다.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무역적자를 기록해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7039억달러로 작년보다 9.2% 증가하겠지만 수입이 7185억달러로 16.8% 늘어나며 147억달러(약 19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연은 올해 수출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수출 채산성이 악화할 것으로 본 기업들은 원유, 광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47.4%), 환율 변동성 상승(11.4%) 등을 부진 요인으로 꼽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올라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상승한다”며 “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 환율안정을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빌딩숲. [김지헌 기자]

기업들은 대응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삼성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경계현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 전자계열사 사장단 25명이 모여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고 경영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SK도 최태원 회장 주재로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했으며 LG도 구광모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갖고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편 24일(오전 10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반등하며 2350포인트를 바라보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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