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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만 걸리는 병?”…원숭이두창 공포에 가짜뉴스 급속확산
“남자만 걸리는 병”…‘미확인 사실’ 퍼져
근거없는 소문에 감염병 공포도
“전파경로·국내 상황, 코로나19와 달라”
원숭이두창 국내 의심 환자 1명이 방역 당국의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지난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설치된 TV에 질병관리청의 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박혜원 수습기자] 세계적으로 퍼지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의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시민들 사이에서 막연한 공포가 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창기처럼 확진자에게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는가 한편, 가짜뉴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다르다며 불확실한 정보 확산을 우려했다.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원숭이두창과 국내 첫 확진자로 알려진 30대 남성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퍼지고 있다. 특히 “원숭이를 만지면 감염되는 병”, “남성들만 걸리는 병”과 같이 사실과 다른 정보가 온라인 상에서 유포되고 있다. 직장인 김모(32) 씨는 “외신을 통해서만 접한 질병이라 정확한 실체를 몰라서 남성들만 걸리는 병인 줄 알았다”며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뉴스를 찾아보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닌 걸 알았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 의심환자들이 인천의료원 격리병상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 중 1명은 지난 22일 확진자로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인천의료원 관계자가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는 모습. 인천=박해묵 기자

코로나19 확산 초기처럼 확진자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의심 증상을 보인 첫 확진자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한 결과 확진으로 판정받았다. 30대 남성으로 알려진 그는 공항 입국 후 스스로 질병관리청에 의심 신고를 해 공항 검역소에 의심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독일에서 귀국한 첫 확진자에게 “해외여행을 왜 갔냐”며 책임을 묻거나 “의심증상이 있는 걸 알고도 한국에 돌아왔다” 등 비난 글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확진자 행보나 신상을 두고 허위 정보와 비난 여론이 생겼던 모습과 유사하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도 심각하다. 일부 해외 언론에서 원숭이두창의 전파 요인을 동성 간 성관계로 보도하면서 감염경로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밀접접촉을 통해 주로 감염되며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 원숭이두창”이라며 “수포가 닿거나하는 피부 접촉이 일반적인 감염 경로”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은 온라인상에서 “오는 7월 예정된 퀴어 축제를 (원숭이두창)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시켜야 한다”며 감염병과 관련 없는 성소수자 행사를 비난하기도 했다.

실제 유엔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도 일부 보도가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엔에이즈계획은 “원숭이두창 관련 보도, 논평, 사진에서 성소수자와 아프리카인을 묘사하며 성소수자 혐오와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어렵게 되찾은 일상이 감염병으로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중학생 전민정(15) 씨는 “코로나 상황도 이제야 익숙해졌는데 다른 질병이 확산되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걱정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박규영(60) 씨는 “지금 대대적으로 유행하는 게 아니라 크게 우려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견해가 비슷하다. 김 교수는 “비말로 빠르게 확산되고, 백신이 없었던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은 상황이 다르다”며 “코로나19 확산기처럼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의 상황으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질병청은 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해 원숭이두창 감염병 위기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문자와 검염정보 사전입력시스템 활용 안내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신고해야 한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접촉 수준에 따라 최장 21일까지 격리될 수 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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