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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적book적]곡물 80% 해외 의존, 우리의 식탁은 안전한가
우크라 사태,美 가뭄 수십 억명 식량 위기
해외의존도 높은 한국, 가장 먼저 타격
식량안보 위험 수준…식량자급률 딜레마
쌀 증산 가격폭락, 곡물 국제시세 벌어져
해외 공급망 다변화 등 안보전략 세워야
“결국 미래의 지속 가능성은 기후변화 시대에도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량은 그저 주어지는 것으로 쉽게 생각한다. 식량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의 농업에 대한 관심을 찾아보기는 어렵다.”(‘식량위기 대한민국’에서)

2년 간의 코로나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로 지구촌 식량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엔은 수십 억 명이 식량위기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막히고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이 지난해부터 유례없는 가뭄으로 곡물 생산이 최대 40퍼센트까지 줄어들면서 밀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식량가격이 1%포인트 오르면 극빈층이 1000만 명 늘어난다고 본다. 인도의 밀 수출 제한 등 식량 보호주의도 거세다. 주요 곡물 수출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올해에만 60건 가까이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식탁은 안전할까?

유엔 기후변화전문가이자 한국정밀농업연구소 남재작 박사는 최근 펴낸 ‘식량위기 대한민국’(웨일북)에서 곡물의 80퍼센트를 수입하는 한국은 해외 의존도가 높아 대대적인 식량 부족 사태가 벌어졌을 때 OECD국가 중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과 유럽, 호주, 중국이 기후 위기 시나리오에 따른 식량난 대비를 마친 데 반해 한국은 준비조차 하고 있지 않다.

세계의 눈이 쏠린 지난해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보고서는 ‘인류에게 적색 경보 발령’을 내렸다. 수억 명이 가뭄과 물 부족,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경고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더 높아졌고, 지난 5년은 기록상 가장 더웠다. 해수면의 상승 속도는 거의 3배나 빨랐으며 폭염과 고온은 더 심각해졌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늦어도 2040년에는 1.5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그 시기가 가까운 2030년이 될 수도 있다.

농산물의 생산은 결정적으로 기상의 영향을 받는다. 작물은 기온이 올라가면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는 수확량 감소로 이어진다. 벼의 경우 분열하는 줄기의 수가 줄어들고 이삭에 달리는 알갱이의 수와 크기도 줄어들어 수확량이 감소된다. 옥수수의 경우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수확량이 24퍼센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벼 농사를 주로 하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치명적이다. 방글라데시를 비롯,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은 히말라야의 빙하가 생명줄이다. 그런데 빙하가 후퇴하면서 강으로 흘러드는 수량과 삼각주에 퇴적하는 토사의 양이 줄어들고 바닷물이 강 상류로 더 깊이 올라와 농경지가 침수되고 염도가 높아져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 간척지 벼도 평소에는 관개로 염도를 낮출 수 있지만 가뭄이 들어 관개를 못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식량안보는 식량자급률과 동의어로,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식량안보는 위험 수준이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45퍼센트 정도이며 사료용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대략 20퍼센트 정도이다. 쌀은 거의 자급자족하지만 연간 250만 톤이나 소비하는 밀의 경우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한다. 옥수수, 콩도 자급률이 각각 3퍼센트, 25퍼센트에 불과하다. 기상재해나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지면 영향이 상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해 벼의 작황이 좋아 전년 대비 쌀이 10퍼센트 정도 더 생산되자 쌀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시끄러웠다. 쌀 400만 톤을 소비하는 국가에서 30만 톤이 늘어나자 쌀 가격 폭락이 일어난 것이다. 다른 곡물도 더 생산하면 될 것 같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식량 대국들의 시세 차 때문에 식량자급률은 계속 떨어진다. 공산물과 달리 농산물은 5퍼센트 정도만 더 생산돼도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생산량이 10퍼센트만 줄어도 가격은 60퍼센트가 오른다.

위기 때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현재 수준에서 더 높이기는 어렵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경제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들 뿐 아니라 환경 부하와 생물 다양성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 글로벌 식량 공급망 위기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

우선 외부로부터의 식량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게 필요하다. 곡물 수출국의 국적 공급사를 활용,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밀은 미국과 브라질, 우크라이나 세 나라에서 80퍼센트 이상을 수입하고 콩은 미국, 브라질 두 나라에서 90퍼센트를, 옥수수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80퍼센트를 수입한다. 이렇게 한정된 국가에 수입을 의존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해외에서 직접 생산을 통해 식량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개발도상국의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프라 투자와 농업기술 지원, 식량생산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평소에는 효율적으로 잘 작동하지만 향후 기후 위기가 닥치면 충격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 미국, 유럽 등지의 식품회사를 인수하거나 해외 직접 농업에 투자하고 있다.

저자는 기후위기는 곧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식량 안보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해외 농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진 전문 인력 양성과 국가별 농업 현황과 식량 수급 동향에 대한 정보, 일본과 호주처럼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 농업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식량위기 대한민국/남재작 지음/웨일북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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